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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하 Jun 08. 2021

1. 맥주와 커피 그리고 2단계 글쓰기

생각을 만들고 글로 옮긴다

Write drunk, edit sober

“취해서 쓰고, 깨어나서 수정해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에게 글쓰기에 대해 물었을 때, 그가 한 대답이라고 합니다. 그는 술을 마시며 취해서 글을 쓰고, 다음날 술에서 깨어서 쓴 글을 수정하라고 말합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이것은 글쓰기에 아주 좋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글을 쓸 때에는 한번에 멋진 글을 쭉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2단계로 쓰라는 겁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술을 마시며 이것저것 자유롭게 쓰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상황에 맞게 천천히 정리하라는 것이죠. 


글을 쓸 때에는 꼭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술을 마시는 기분으로 생각을 넓히고 빠르게 다양하게 맞춤법에 틀려도 상관 없고 문장이 비문이 되기도 하면서 일단 쓰고, 다음날 커피를 마시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도 정리하는 것입니다. 커피는 맥주와 반대로 생각을 각성하게 하고 집중하게 합니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제니퍼 와일리(Jennifer Wiley) 교수에 의하면 사람들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7% 일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잘 발상한다고 합니다. 약간의 술이 두뇌를 활성화시키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동시에 연결시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게 한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예술가나 문학가 중에는 술을 마시며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술을 마실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별로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 상태로 글을 쓰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글을 쓰게 되죠. 현실적이지 않아도 좋고, 상식에서 벗어나도 좋습니다. 그렇게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하며 좋은 글감을 많이 만드는 겁니다. 그런 시간을 가진 후에 커피를 마시며 차분하게 현실적이고 상황에 맞게 내용을 정리하면 좋은 글이 되는 것입니다. 


맥주와 커피는 직관과 논리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맥주를 마시는 시간은 직관적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글감이 되는 글의 소재를 이것저것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커피는 마시는 시간은 그것들을 논리적으로 선택하며 배치하는 시간인 것이죠. 퀴즈를 하나 풀어볼까요? 



다음과 같이 성냥개비 12개로 정사각형 4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성냥개비 3개를 옮겨서 정사각형을 3개로 만들어보세요.



“갑자기 왠 퀴즈?”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문제를 소재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니, 문제를 같이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됩니다. 왼쪽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을 오른쪽의 파란 동그라미로 옮기면 됩니다.  


이렇게 문제를 풀었던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은 이렇게 논리적으로 해석할 겁니다. 

“12개의 성냥개비로 3개의 4각형을 만든다면, 겹치는 것이 없이 모두 떨어진 모습이어야 합니다. 3 X 4 = 12이니까요. 모두 떨어지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앞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모습을 생각할 수 밖에 없죠”


굉장히 논리적이죠. 하지만, 대부분 이런 논리는 누군가 앞의 문제 풀이와 같은 답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순서는 이런 설명 이전에 직관적으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그것을 멋지게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죠. 위대한 수학자였던 푸앵카레는 “무엇인가를 증명할 때 우리는 논리로 한다. 하지만, 뭔가를 발견하는 것은 직관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논리적인 증명을 할 때에도 “어떻게 논리를 전개할 것인가?”라는 직관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푸앵카레는 이것을 글쓰기에 비유했습니다. "소설가가 책을 쓴다면 논리는 문법과 맞춤법과 같은 것이고, 내용은 전적으로 직관이다."



“무엇인가를 증명할 때 우리는 논리로 한다. 하지만, 뭔가를 발견하는 것은 직관이다.

소설가가 책을 쓴다면 논리는 문법과 맞춤법과 같은 것이고, 내용은 전적으로 직관이다"

-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é, 1854~1912)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아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지금 이야기한 것처럼 직관을 발휘하고 그리고 논리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죠. 2단계를 거친다는 것인데요, 직관을 발휘하는 시간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따로 갖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가령, 시간을 나눠서 30분 동안은 직관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보고, 30분은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죠. 이것은 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번에 쭉 쓰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 동안 글을 쓴다면 30분은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을 확산하며 이것저것 글감이 되는 글의 소재를 찾아보고, 30분 동안은 천천히 글로 정리하는 것이죠. 2단계로 쓰는 것입니다. 

2단계 글쓰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1988527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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