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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하 Jun 08. 2021

4. 글쓰기의 80:20 법칙

글감을 모으로 글을 쓴다

글의 재료를 모은다

글쓰기가 어려운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쓸게 없어서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라고 하면 “뭘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을 겁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감이 있어야 합니다. 글감이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재료를 의미합니다. 불을 피울 때 놓는 장작은 땔감이라고 하죠. 불을 내가 원하는 시간 동안 피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땔감이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글의 분량만큼을 채워줄 글감이 있어야 하죠. 글감이 충분하면 그만큼 편안한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글감이 부족하면 부족한 분량을 채우기 위해 내 생각을 더 쥐어짜거나 또는 했던 말을 또 하고 지루하게 표현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렇게 쓰여진 글을 독자들도 좋아하지 않겠죠.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충분한 글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고 두렵게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모두 새로운 것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창작의 과정이기 때문에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 나만의 것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 80%에 나만의 것 20%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글쓰기의 80:20 법칙’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 편하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쉽게 시작하는 방법은 일단 기존의 것을 수집하여 모아서 정리하는 겁니다. 그렇게 글감의 80%을 채우는 겁니다. 거기에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을 20% 넣어서 글을 완성하는 겁니다. 물론, 80%, 20%는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꼭 80% 20%가 아니라 70% 30%여도 상관 없죠. 기존의 내용을 수집하여 정리한 것에 80%의 숫자를 제시한 것은 글을 쓸 때에는 자신이 새롭게 주장하는 것보다 기존의 내용을 수집하여 정리하는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있는 것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더 현실적인 생각입니다. 

"소설을 쓰려고 할 때, 나는 온갖 현실적인 소재들을 - 그런 것이 가령 있다면 - 커다란 냄비에 집어 넣고 마구 뒤섞어서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될 때까지 용해시킨 후 그것을 적당한 형태로 잘라 내서 사용한다. 소설이라는 것은 많건 적건 그러한 것이다. 리얼리티라는 것도 그러한 것이다. 빵집의 리얼리티는 빵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밀가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

-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 작가의 말 중에서



바보와 사기꾼

글쓰기의 80:20 법칙을 생각할 때,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남의 글을 그대로 베끼는 바보나 사기꾼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것은 표절입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범죄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변형시키고 새롭게 만든다면 그것은 좋은 시도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한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것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될 때까지 용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판단의 기준은 사람들이 봤을 때 출처를 알 수 없다면 그것은 나의 언어가 된 겁니다. 누가 봐도 뻔하게 베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바보이거나 사기꾼인 겁니다. 반면 출처를 알 수 없다고 생각이 드는 글로 바꿨다면 그것은 나의 언어로 잘 만들어진 글인 거죠. 글쓰기의 80:20 법칙을 활용하면서도 바보나 사기꾼이 되지는 말아야 합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면 표절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면 좋은 작품이 된다”



내 글의 존재 이유

글쓰기를 쉽게 시작하는 방법으로 ‘글쓰기의 80:20 법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내용을 80% 채우고 새로운 내용 20%을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요. 그렇게 글쓰기를 어렵지 않게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내 글의 존재 이유는 기존의 내용을 정리한 80%가 아닌, 내가 새롭게 채운 20%에 있습니다. 나만의 관점으로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이 존재 이유를 갖는 겁니다.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통찰력을 제시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줬다면 더 좋고요. 중요한 것은 나만의 생각으로 채워진 20%입니다. 

에디슨의 유명한 명언이 있습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에디슨을 인터뷰한 신문기자는 99%의 노력을 강조해서 기사를 썼는데, 에디슨은 후에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기사가 나갔다고 이야기했다고 하죠. 그는 99%의 노력이 있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1%의 영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어쩌면 99%의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1%의 영감을 꼭 가져야 한다는 것이 에디슨이 진짜 하려던 말인 겁니다. 에디슨의 의도를 우리가 이야기했던 글쓰기의 80:20 법칙에 적용해보면, 기존의 내용 80%을 채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겁니다. 그것으로는 차별화될 수 없고 존재 이유를 찾기도 힘든 겁니다. 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은 나만의 관점으로 채워진 20%에 있는 것입니다.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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