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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하 Jun 08. 2021

6. 메모와 낙서 그리고 글쓰기

글을 쓰기 전에 반드시 노트에 메모와 낙서를 한다

종이와 연필

글을 쓸 때 여러분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합니까?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워드나 아래한글 프로그램을 여나요? 그렇게 노트북 앞에 앉으면 글이 쭉쭉 써지나요?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습니다. 글을 써야 할 때, 저는 노트북이 아닌 종이로 된 노트를 펼칩니다. 노트에 볼펜으로 쓰려고 하는 글의 내용을 메모하죠. 글의 내용을 몇 가지 적으며 쓰려는 글의 방향이 잡히면 그때부터 노트북을 켭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글쓰기보다는 글짓기가 더 현실적인 표현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백지에 글이 쭉쭉 써지는 것을 상상하기보다는 건물을 짓듯이 전체적인 모습을 상상하고 설계도를 그리고 벽돌을 쌓아 올리며 집을 짓듯이 글을 짓는 것입니다. 집의 설계도를 그린다면 종이에 삼각자, 컴퍼스 같은 것을 사용하여 그리거나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켜서 설계도를 그릴 겁니다. 그런데 집을 짓는 사람이 설계도를 그릴 때, 바로 그런 삼각자를 들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켤까요? 아닐 겁니다. 먼저 자신이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종이에 연필을 들고 이런 저런 모습을 스케치할 겁니다. 그렇게 종이에 이렇게 저렇게 메모와 낙서를 하다 보면 생각이 잡혀서 그것을 기반으로 설계도를 그릴 겁니다.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거나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그리고 싶고 조각하고 싶은 것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종이에 연필로 그것을 어설프게라도 몇 가지로 표현해보고 그렇게 메모와 낙서 수준의 작업을 하다가 생각이 정리되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할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쓸 때에도 반드시 종이에 펜으로 메모와 낙서를 먼저 시작해보세요.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어떤 내용을 넣을 것인지 먼저 스케치하듯 메모하고 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노트북 앞에 바로 앉아 글을 쓰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트북을 열면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쓸 것인가, 먼저 종이에 스케치해보고 글을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작업이 됩니다. 특히,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서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 무조건 글에 대한 스케치가 필요합니다. 


저도 글을 쓰기 전에 항상 메모와 낙서를 합니다.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메모하고 때로는 떠오르는 것을 낙서하듯이 그려보고, 단어들을 화살표로 연결하기도 하고 괜한 원도 그리고 사각형 삼각형도 그립니다. 그렇게 메모와 낙서를 하다 보면 생각이 더 풍부해지며 정리되기도 합니다. 글로 쓸 내용이 머릿속에 잡혀있어도 그것을 일단 종이에 메모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어떤 순서로 배열할 것인가 확인하기도 하고, 내가 쓰려고 하는 내용을 메모하며 생각을 확인하는 작업도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 실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쓸 때 마음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시간도 훨씬 단축되고요.



시각화

가장 좋은 생각 도구는 종이와 연필입니다. 글쓰기는 생각쓰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쓰는 작업보다는 생각하는 작업이 먼저인 것이죠. 생각이 명쾌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면 그것을 쓰는 작업은 단순 작업인 겁니다. 백지에 펜으로 이런저런 낙서를 하듯이 메모하고 글의 소재를 써보면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렇게 재료가 풍부하고 순서가 잘 정리된 후에 글을 쓰면 됩니다. 


종이에 펜으로 메모하고 낙서하는 것은 생각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시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시각화는 가장 좋은 생각의 기술입니다. 가령 ‘17 X 36’을 계산해볼까요? 이 계산을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종이와 펜 없이 이 계산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수학자들은 종이와 펜으로 연구를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 대학에 있을 때 기자가 찾아가서 “교수님 실험실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라는 요청을 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만년필을 꺼내며 “내 실험실은 바로 이것입니다”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는 특별한 장비를 갖고 실험을 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단지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이론을 완성했던 겁니다. 종이에 펜으로 쓰면서 그것을 눈으로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탁월한 생각의 기술인 겁니다.

메모라고 하면 수첩에 일정을 기록하는 것 정도를 생각하는 분도 계실 거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메모는 그런 일정 기록 수준의 메모가 아닙니다. 넓은 연습장에 자신의 생각을 펼치며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좀 더 적극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중에는 메모광인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요, 그들이 일정 체크하는 수준의 메모를 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첩이나 노트에 자신의 생각을 적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적었을 겁니다. 그것을 눈으로 보면서 생각과 생각을 연결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의 생각에 더 깊숙한 부분까지 따라 들어가기도 했을 겁니다. 생각을 적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그렇게 따라오는 생각을 메모와 낙서를 하며 그들은 잡은 것이죠. 수동적인 단순 메모가 아닌 적극적인 생각 메모를 했던 겁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30년간 수천 장의 메모를 남겼다고 합니다. 메모에는 인체, 미술, 문학, 과학의 원리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적혀있었고, 비행기 전차 자동차에서부터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의 메모는 그의 천재성의 에너지였던 거죠. 재미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1994년 ‘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년)의 72페이지 얇은 옛날 노트 한 권을 무려 3,000만 달러에 구매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메모를 보면 단어만이 아닌 그림, 다이어그램, 그래프 등을 매우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다빈치는 기록을 하고 그 기록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기록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는 언어로 생각하기보다는 그림으로 생각하기를 즐겼다는 거죠. 다빈치처럼 그림으로 생각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정리된 문장보다는 일단 단어, 짧은 표현 또는 그림이나 도식과 같은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을 표현해보세요. 정리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면 생각이 제한되고 갇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우리는 정리된 문장으로 내 생각을 글로 쓸 겁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정리된 문장으로 쓰기보다는 일단 생각을 넓히고 펼치는 방법으로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메모와 낙서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2단계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전체 내용을 메모한 모습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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