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으로 생각을 넓히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쉽고 흥미롭게
좋은 글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개인적인 답을 한번 만들어봐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조건은 어려운 것을 쉽게 전달하고 뻔한 것을 흥미롭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쉽고 흥미로운 글이 좋은 글이라는 것이죠. “쉽게 읽히는가?” “흥미로운가?”를 생각하면서, 조금 어렵게 쓴 글은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쓰거나 사례를 도입하고, 조금 딱딱하게 쓴 글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글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스토리를 많이 도입하려고 하는 것도 그것이 어렵고 지루한 설명을 쉽고 흥미롭게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쉽고 흥미로운 글은 논리적이며 창의적인 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글의 흐름이 논리적으로 잘 연결될 때 우리는 쉽게 글을 읽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글이 흥미로운 글이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에 논리와 창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
2단계 글쓰기의 1단계에서는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2단계에서는 질서를 잡으며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옮기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중요한 키워드는 ‘자유’와 ‘질서’인데요, 이것을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창의적 사고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무엇이 가능한가?” “새로운 것 없나?” 찾고 탐색하는 것이 바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에는 생각을 옆으로 넓히게 됩니다.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바보 같고 이상한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가정을 바꿔보기도 하고 질문을 해도 과감하게 “만약 이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와 같은 다양한 생각실험을 하기도 하는 거죠. 반면 논리적 사고는 확실하게 결론을 내려고 생각을 시작하는 겁니다. 지금 주어진 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논리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논리적인 생각을 할 때에는 생각을 넓히지 않고 좁혀나갑니다. 좁은 영역의 생각을 깊이 있게 하는 거죠. 사소한 것이라도 “뭐 틀린 거 없나?”라는 생각으로 의심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하여 확실함을 만드는 겁니다. 창의와 논리를 직업으로 이해하면 창의는 예술가를 떠올리고 논리는 판사를 생각하면 좋습니다. 창의적 사고는 예술가들처럼 새로운 것을 찾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죠. 논리적 사고는 법정에서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처럼 정확하고 확실하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논리와 창의는 활용이 다릅니다. 2단계 글쓰기는 창의적으로 시작하여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생각을 넓히는 창의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논리적인 사고로만 글을 쓴다면 글이 논리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도 새로운 내용이 없는 임팩트가 약한 글이 되기 쉽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을 담기 어렵죠. 반면, 논리적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뭔가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뒤죽박죽 앞 뒤가 잘 맞지 않으면서 읽는 사람이 핵심에 다가가기 어렵게 합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유쾌하지 못한 읽기가 될 것입니다. 쉬운 글이 아닌 거죠. 다시 강조하면 쉽고 흥미로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논리와 창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창의와 논리 그리고 2단계 글쓰기
2단계 글쓰기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이야기한 키워드를 정리하면 1단계에서는 창의, 자유, 맥주를 생각할 수 있고 2단계에서는 논리, 질서, 커피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키워드를 하나씩 더 추가해서 생각해보면, 창의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연결이 필요합니다. 논리적으로 질서를 잡는 과정은 분류하고 할 수 있죠. 연결과 분류라는 단어를 기억해도 좋습니다.
가령, 이런 글을 한번 보시죠.
- 우리나라에는 5대 종교가 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교육, 부동산, 이렇게 5가지다. 이 중 사람들의 믿음이 가장 강한 것은 교육과 부동산이다. 좋은 대학에 가야만 인간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은 다른 어떤 종교의 신앙심보다 강한데, ……
우리나라의 5개 종교를 언급하며 뜬금없이 교육과 부동산을 종교에 슬쩍 끼워 넣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표현을 두고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재미있다’고 수긍할 겁니다. 종교와 교육을 연결시킨 것이 적당했기 때문인데요, 이런 적당한 연결이 창의적인 글쓰기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논리적인 생각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나눠서 설명하면 분류하고 나누는 것이 논리입니다. 창의는 연결하고 결합하는 겁니다. 논리와 창의는 분류와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잘 분류하는 것이 논리에서는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논리는 주로 나누는 작업을 하죠. 반대로 창의는 연결하고 섞는 작업을 주로 하게 됩니다.
이런 질문을 보시죠. 다음과 같이 닭 소 마당 풀이라는 4개의 단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4개의 단어를 2개씩 묶는다면 어떻게 묶으면 좋을까요?
이 질문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리처드 니스벳 교수의 실험입니다.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은 주로 1번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닭과 소는 동물이고 마당과 풀은 장소를 나타내기 때문이죠. 반면 동양인들은 2번을 많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닭이 마당에서 놀고 있고, 소는 풀을 뜯어 먹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면서요. 니스벳 교수는 서양인들은 범주는 나누고 분류하는 것을 중시하는 반면 동양인들은 맥락적으로 생각하며 연결시키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이 실험을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서양인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동양인들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1번을 선택한 사람은 논리적인 접근을 좋아하고, 2번을 선택한 사람은 창의적인 생각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우리에게는 창의와 논리,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특히 글쓰기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창의와 논리를 2단계 글쓰기의 과정에 맞춰서 활용하면 좋습니다. 글을 쓸 때에는 일단 창의적으로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세요. 그리고 나서는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분류하여 완성된 글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박종하
mathia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