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거의 했어요"

혼나지 않을 만큼만 하는 충실함

by 심원장

아이들은 이 말을 자주 한다. "숙제 거의 했어요." 그런데 이 말 속에는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 나름의 셈법이 담겨 있다.



학원에서 선생님에게 말할 때


학원에 와서 "숙제 거의 했어요"라고 말할 때는 사실 약간의 계산이 들어가 있다. 혼나지 않을 만큼은 해왔다는 뜻이다. 금방 풀 수 있는 문제들은 풀어두고, 조금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워 보이는 문제는 남겨두고 별표를 쳐둔다. 혹시 선생님이 검사하며 물어보면 "여긴 아직 못 풀었어요"라고 말할 준비도 돼 있다.

아이들은 이렇게 말의 양과 타이밍을 조절한다. 다 끝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크게 혼나지는 않을 만큼은 해두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방어선이다. 모두 풀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안전선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충실함의 부족


겉으로 보면 숙제를 대충 한 것도 아니고, 아주 안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속에는 배운 것을 끝까지 내 힘으로 풀어내겠다는 태도가 부족하다.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릴 문제 앞에서는 일단 남겨두고 피하는 선택을 한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점점 손대지 않은 문제들이 쌓이고, 실제로 풀어내는 경험이 줄어든다. 문제를 푸는 것은 그 자체가 연습이다. 배운 개념을 써보고, 모르면 다시 시도하고, 혼자 힘으로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쌓여야 진짜 공부가 된다. 숙제를 한다는 건 단순히 문제를 적당히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하는 척하는 것과, 해내는 것은 다르다. 문제를 읽어보고 풀다가 막히는 순간, 그걸 넘어서보려는 힘이 필요하다. 혼나지 않을 만큼만 해두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낯선 문제 앞에서도 끝까지 풀어보려는 태도. 그게 결국 충실함이다. 나는 아이들이 이 힘을 키워가길 바란다.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충실한 삶을 연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