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거의 했어요"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말의 위험한 위로

by 심원장

아이들은 이 말을 자주 한다. "숙제 거의 했어요." 그런데 엄마에게 이 말을 할 때는 조금 다른 마음이 담겨 있다.


집에서 엄마에게 말할 때


엄마가 숙제를 했는지 물어보면 "숙제 거의 했어요"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섞여 있다.

하나는 이미 충분히 했으니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는 덜 끝났지만, 어차피 마칠 예정이니 굳이 지금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회피다.

엄마가 조금 더 확인하려 하면 "좀 이따 할 거예요." "학교 가기 전에 마저 할 거예요." 이런 말이 이어진다.

스스로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계획이 계획으로만 머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끝내지 못하고 숙제는 자꾸 밀린다.



주도성 부족의 문제


아이들은 종종 "스스로 할게요"라는 말로 주도성을 포장한다. 하지만 진짜 주도성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스스로 지켜내는 데 있다. 오늘 마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내일로 미루고, 어려운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남겨두면서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는 건 사실 책임을 유예하는 말일 뿐이다. 자율과 미룸은 다르다. 주도적으로 한다는 말 뒤에 실제 실행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건 주도성이 아니라 회피다.



결국 중요한 건


자율이란 내가 스스로 정한 계획을 끝까지 실천하는 힘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늘 다 끝내지 못했더라도 스스로 세운 기한 안에 완성시키는 힘. 그게 진짜 주도성이다. 숙제라는 건 엄마 눈치를 피하는 과정이 아니라, 배운 것을 내 힘으로 만들어가는 연습이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세운 약속을 끝까지 지켜내는 힘을 키워가길 바란다. 그게 결국 충실하고 주도적인 삶의 기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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