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의 순간

부모의 기대가 아이의 배움을 가로막을 때

by 심원장

얼마 전 한 학생이 있었다.
시험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엄마가 많이 실망하셨어요.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됐어요.”
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물었다.
“그래도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뭐였을까?”

잠시 생각하던 아이가 말했다.
“그동안은 문제를 빨리 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오히려 천천히 읽는 게 더 중요하단 걸 알았어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이미 그 아이가 한 걸음 성장했다고 느꼈다. 점수는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배움을 찾는 힘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장으로서 모든 학부모님과 학생이 소중하지만, 가끔은 마음이 어려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대개, 부모님이 바라는 이상적인 결과와
학생이 실제로 만들어가는 배움의 과정 사이에 격차가 생길 때다.

문제는 그 격차가 단순한 점수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의 기대가 높을수록, 그 격차는 아이의 시선 속에서 ‘나는 부족하다’는 해석으로 바뀐다.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배움의 과정으로 보지 못하고, 부모의 기대에 닿지 못한 실패의 증거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건도 배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사건 자체가 아이를 흔드는 것이 아니다.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격차를 성장의 계기로 바꾼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배움을 찾아내려는 순간, 그 경험은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다음 발걸음을 위한 발판이 된다.




부모의 기대는 아이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너무 강하면 배움의 통로를 막는다.
결과에만 시선이 머물면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실패’로만 기억한다.

결국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격차를 다르게 해석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성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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