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일찍 가면 안 될까요?”

하기 전엔 힘들고, 하고 나면 아무렇지 않다

by 심원장

그 아이는 오늘도 1시간을 남았다

“저는 ADHD여서 집중이 안 돼요.
오늘은 그냥 일찍 가면 안 될까요?”

그 아이는 종종 그렇게 말한다.
하기 싫고, 머리가 복잡하고,
시간이 도무지 안 갈 것 같을 때면
그 말을 꺼낸다.

하지만 이유는 늘 같다.
오늘도 과제를 안 해왔다.
그래서 남아야 했다.
보통 1시간 정도.

솔직히 나도 안다.
하기 싫겠지.
집에 가고 싶고, 머리도 피곤할 거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막상 시작하면 금세 괜찮아진다는 걸.
집중이 돌아오고, 손이 움직이고,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진다는 걸.

그래서 나는 말한다.
“그래도 10분만 해보자.”
그 10분이 지나면
그 아이는 조용히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10분은 언제나 1시간이 된다.

오늘도 그랬다.
일찍 가고 싶다고 하던 아이는
결국 1시간을 다 채우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이제 다 했어요.”

그때의 표정은 힘듦보다
오히려 뿌듯함에 가까웠다.

공부는 지연된 만족의 연습이다.
하기 전엔 괴롭고 귀찮지만,
막상 하면 아무렇지 않다.
그리고 끝나고 나면, 조금 자란 자신이 남는다.

오늘도 그 아이는 1시간을 남았다.
하지만 그건 벌이 아니라,
성장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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