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다고 말할 수 없는 존재

학원 선생님이라는 자리에서의 고백

by 심원장

아이들은 누구나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다고 말한다. 개성도 다르고 재능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공부는 조금 못해도 괜찮고, 다른 재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세상에는 시험지 말고도 아이가 설 자리가 많다고.


그런데 학원 선생님만은 그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우리는 공부를 잘하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고, 성적이라는 결과 앞에서 평가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는 학생, 이해하려 하지 않는 학생을 무조건 사랑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럴 때면 종종 학부모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무섭게 안 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그 말은 조용히 퇴원으로 이어진다. 결국 학원은 결과로 설명해야 하는 곳이니까.


며칠 전 고1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좌표에서 왼쪽도 양수가 될 수 있지 않아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마음 한편이 쿡 하고 찔렸다. 정말 그 아이에게 “너는 존재만으로 소중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해가 느리고, 개념이 헷갈려도 괜찮다고. 그 질문 자체가 용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대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좌표 기초 인강, 다섯 번 듣고 와.”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무조건적인 위로 대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방법을 건네는 것. 사랑의 언어 대신 숙제를 내주는 일. 학원 선생님으로서의 현실적인 애정 표현이었다.


존재만으로 소중하다고 말해주지 못하는 자리.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해보자고 말해주는 자리. 나는 오늘도 그 경계 어딘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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