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과정을 견디게 하는 장치였다
다음 주 토요일, 저는 5km 대회에 도전합니다. 저는 체력이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지난해 가을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지인이 러닝을 권했습니다. 무작정 뛰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고, 검색하다가 ‘슬로우 조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해볼 수 있겠다 싶어 9월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km도 벅찼지만, 오늘 나간 것, 오늘 10분 더 뛴 것을 스스로 칭찬하며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언젠가는 마라톤 대회에도 나가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3km를 뛰던 시점에 런텐 5km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1월이 되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5km쯤이야 동네에서도 뛸 수 있는데 굳이 대회까지 나가야 하나, 나만 만족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날이 추워지니 더 나가기 싫었습니다. 그런데도 ‘신청해 두었다’는 사실이 저를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나가기로 했으니 연습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대회의 의미는 기록이 아니라 과정을 견디게 하는 외부 장치라는 것을요. 목표가 일정으로 고정되면 사람은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이 생각은 자연스럽게 학원 운영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영어대회나 수학경시대회를 주기적으로 내보내는 학원들을 보며 마케팅 수단이라고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적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다르게 보입니다. 그 안에는 ‘목표를 설계하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자”가 아니라 “이 날짜까지 이 수준을 만들자”라는 구조를 주는 것, 그것이 학생을 과정 안에 머물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과정을 칭찬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작은 성취를 했을 때 반드시 말해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과정만으로는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립니다. 추워지면 뛰지 않으려는 저처럼요. 그래서 이번 신학기에는 학생들과 개별 목표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점수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이번 학기 어떤 시험을 기준점으로 삼을지, 어디까지 도전해볼지, 그 목표를 위해 어떤 과정을 통과해야 할지를 함께 정해보려 합니다.
저 역시 제 목표를 다시 적어보았습니다. 동네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수학학원 원장이 되는 것, 인연이 된 학생의 성적을 책임 있게 올려주는 원장이 되는 것, 그리고 모집도 잘하는 원장이 되는 것. 목표가 있으니 저는 오늘도 연습을 나갑니다. 목표가 있다면, 과정은 조금 더 견딜 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