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쉬운 거였어요?

스스로 하라는 말의 무게, 아이와의 긴 기싸움 끝에서

by 심원장

아이와 긴 기싸움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어제, 결국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항의라기보다는 조심스러운 확인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불편함이 담겨 있었다. 어머님은 끝까지 친절하셨고,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는 말투였다. 나 역시 최대한 솔직하려고 했다.

아이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모두 의도된 것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머님, 계속 떠먹여 줄 수만은 없잖아요. 이제는 스스로 하도록 해야죠.” 내 말에 어머님은 잠시 침묵하셨다. 반박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으셨다. 그냥 그렇게 계셨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어머님은 이미 알고 계셨을까. 아니면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고 계셨을까. 집에서는 공부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듯했다. 어쩌면 그래서 아이는 밝은지도 모른다. 학업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으니 명랑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그 밝음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 밝음이 아이의 성장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한때는 네 시간을 앉혀 두려고 했다가 결국 두 시간만 오라고 바꾼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앉아는 있었지만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때 이미 깨달았어야 했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다는 것을. 공부를 못하니 더 시키고 싶어지고, 시간이 부족하니 더 하라고 말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시간을 감당할 만큼의 성숙도를 갖추지 못했다면, 그 시간은 버티는 시간이 될 뿐이다.

그래서 결국 남는 말은 하나였다. 스스로 하라고. 이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미 알고 있는 것까지 계속 묻지 말라고. 그러자 아이는 되묻는다. “왜 나한테만 뭐라 해요.” 사실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임을 나에게 넘기고 싶고, 확신을 대신 받아가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4주가 지난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이거 쉬운 거였어요?” 나는 웃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안도했다. 그래도 이 아이가 버텨주어서 다행이라고. 중간에 떠나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만약 그만두었다면, 그 시간들은 미완성으로 남았을 것이다. 질문을 받아주지 않았던 시간, 스스로 해보라고 밀어냈던 시간들이 의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남았고, 결국 한 번은 자기 힘으로 건넜다.

악연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관계는 부드럽게 이어가되, 성장은 단단하게 요구해야 한다. 교사의 일은 아이를 대신해 주는 일이 아니라, 결국 아이에게 자기 몫을 돌려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이거 쉬운 거였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모든 기싸움은 비로소 하나의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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