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도전을 멈추게 하는 한 단어

by 심원장

사춘기 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앞뒤 설명도 없이 툭, “굳이?”


그 말에는 대개 이런 뜻이 담겨 있다.
굳이 이걸 왜 해야 하냐는 것. 안 해도 되는 일을 왜 하느냐는 질문.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굳이 발표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손을 들지 않아도 되고, 굳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용히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아쉽다.
‘굳이’라는 단어 하나가, 아직 시작도 해보지 않은 경험을 미리 접어버리는 것 같아서.


지난가을 슬로우조깅을 시작한 뒤로 여행을 갈 때면 조깅화와 트레이닝복을 꼭 챙긴다. 여행지에서 걷는 것과 달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풍경인데도 다르게 남는다. 달릴 때는 배경이 바람과 함께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내 숨소리와 심장 박동이 그 장면에 겹쳐진다. 풍경이 눈에만 남지 않고 가슴에 남는다.


누군가는 묻는다.
“여행 가서 굳이 뛰어야 해?”


맞다. 굳이 안 뛰어도 된다.
하지만 한 번 뛰어본 사람은 안다. 그 ‘굳이’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감각을.


아이들도 그렇다.
굳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지 않아도 되고, 굳이 낯선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선택이 생각보다 다른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다. 스스로도 몰랐던 끈기와 집중력,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굳이’는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용기가 조금 부족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속으로 되묻는다.
굳이?


그래.
굳이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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