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
중학교 1학년 학생 한 명이 있다. 정수와 유리수 단원에서 계산이 거의 되지 않는 상태이다. 몇 문제만 풀어 보아도 기초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보이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학교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어머님께 지금 상황을 그대로 말씀드린 것이다. 당장은 보충이 꼭 필요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우리 학원에는 토요일 무료 보충 시간이 있다. 계산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나오면 좋겠다는 권유이다. 어머님 말씀은 “아이가 설득되면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업을 하는 동안 아이의 표정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상황이다. 문제를 풀 때도 그렇고 쉬는 시간에 복도에 서 있을 때도 얼굴이 밝지 않은 모습이다. 로비에 서 있는 모습 역시 어딘가 잔뜩 굳어 있는 표정이다.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던 선생님이 금요일에 아이에게 한 말이 있다. 토요일 보충은 오고 싶으면 오고 아니면 안 와도 괜찮다는 이야기이다. 학업적으로 부족한 것은 분명한 상황이지만 아이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는 결국 아이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아이가 엄마에게 전화를 한 상황이다. “학원에서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된다고 한다”는 말이었다. 그 후 어머님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제가 계속 학원에 가야 한다고 설득했는데 학원에서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이다.
어머님의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아이 공부가 걱정되니 어떻게든 보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보충수업을 좋아해서 오는 아이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린 것이다. 공부를 하는 주체는 결국 아이라는 이야기이다. 아이와의 관계까지 무너지는 상황에서 보충을 오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학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선을 넘어서는 일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중학교 1학년 중에도 스스로 보충을 선택해서 오는 아이들이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조금 기다려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이야기이다.
어머님은 처음에는 이렇게 말씀하신 상황이다. “누가 학원 보충을 가고 싶어하느냐. 표정이 안 좋아도 공부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표정이 굳어 있는 상태로 억지로 앉혀 놓는다고 해서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당장 ‘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아이와의 관계를 먼저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 상황이다. 통화를 마칠 때쯤 어머님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조금 안정된 느낌이다.
매년 3월이면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되는 시기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학부모는 조급해지는 시기이며 아이는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종종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되는 상황이다. 아이가 보충을 가기 싫어하는데 학원에서 억지로 끌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원이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 맞는 일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의 마음보다 부모의 불안을 먼저 해결해 주는 것이 과연 교육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 그 학생은 분명 보충이 필요한 상태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보충보다 관계를 먼저 선택하기로 한 결정이다. 공부는 조금 늦어질 수 있지만 아이가 학원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이 선택이 맞는 결정인지는 아직 나 역시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다. 다만 지금은 아이가 다시 문제를 펼칠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조금 기다려 보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