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을 등록시키지 않는 학원

아이의 ‘힘들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by 심원장

토요일,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학원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보통 주말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데, 그날은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무심코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1 어머님이셨습니다. 지금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가 맞는지, 아이가 어렵다고 하는데 계속 해도 되는지, 저희 학원에서는 어떤 교재를 사용하는지 물으셨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지금 ‘힘들어서 멈춰야 하는 상태’가 아니라 ‘버텨야 넘을 수 있는 구간’에 있는 건 아닐까. 어머님께서는 지난 학기때 아이가 문닫는 2등급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2등급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문제를 붙잡고 버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마 현재 학원에서도 그 이유로 그 교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저희 학원에 오게 되면 한 단계 쉬운 교재로 시작할 가능성이 있지만, 시험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학원을 옮기는 것은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으니 현재 학원과 먼저 상의해보시는 것은 어떠신지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상담은 처음이 아닙니다. 중3 학생이 레벨 테스트를 보러 왔던 날도 비슷했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좋았고, 지금의 진도 역시 아이에게 적절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학원을 옮기려는 이유를 여쭤보니 “아이가 힘들다고 해서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아이는 충분히 잘하고 있고,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힘든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환경을 바꾸면, 그동안 쌓아온 흐름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저희 학원에 오는 것도 물론 환영이지만, 지금의 도전을 이어가는 선택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이 끝나고 돌아가신 뒤, 저는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등록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학생은 기존 학원에 남았습니다.

무조건 우리 학원에 오는 것이 정답일까요. 아이들이 “힘들다”고 말할 때, 그 말이 항상 “지금 학원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지금 포기하지 않게 도와달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더 맞는 환경이 따로 있는 아이도 분명히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학원에서도 도전하는 환경이 부담스러워 더 편한 곳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도가 느리고, 과제가 적고, 교재가 쉬운 곳으로요. 그 선택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성장으로 가는 방향’인지 ‘잠시 편해지는 방향’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여전히 모든 학생을 등록시키는 학원은 아닙니다. 등록하지 않는 것이 더 맞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사업적으로는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그 판단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상담을 마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다니느냐가 아니라, 그 아이가 지금 무엇을 넘고 있는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상담을 하며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합니다. 이 선택이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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