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0일의 기록. 내가 식품영양학을 배운 이유
이전 글들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수학교육과를 주전공으로 하면서 식품영양학을 복수 전공하여 졸업했습니다. 전혀 관련이 없는데 대체 왜 식품영양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걸까요? 사실 이런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엄마의 암 투병이었습니다. 엄마께서는 2016년 8월에 위암 진단을 받으시고 위 절제 수술을 하셨어요. 위 전체를 절제한 후,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여 연결된 부분이 자연스럽게 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었기에 수술 후 관리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더구나 항암 치료도 함께 진행되다 보니 입맛은 점점 없어지시고 드실 수 있는 음식에도 한계가 생기니 날이 갈수록 야위어가셨죠. 그때부터였습니다. 제가 식품 영양에 관심에 가진 게.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서 생존해 가죠. 근데 그 음식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은 결국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과 같은 말일 수 있습니다. 위암에 걸리신 엄마께는 상황에 맞는 음식을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음식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는 것을 몰랐던 저희는, 몸이 차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말만 믿은 채 잘 드시던 아이스크림을 줄여나갔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항암 치료를 하는 환자에게는 아이스크림이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었던 거죠. 적은 양을 먹고도 충분히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고 충분한 지방과 당 섭취를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오아시스’ 존재였던 겁니다. 아직도 후회스러워요. 엄마께서 아이스크림 섭취를 줄이시겠다 했을 때 말리지 않았더라면,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에너지 섭취가 가능한 음식들을 찾아서 드시게 했더라면 그리 일찍 돌아가시지는 않았겠다는 자책과 함께요. 음식으로 사람을 살리는 영양사가 되고 싶었던 전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로 인해 꿈을 접어버렸다. 엄마가 하늘에서 저를 원망하지 않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