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소한 이야기들

아내의 손수제비

by 폴초이


저녁을 맑음 수제비로 먹었다. 수제비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적당한 크기로 떼어 익힌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부터 여러 가지 방법들이 알려져 있다. 온수로 반죽하거나 식용유를 넣어 반죽하기도 한다.


야간근무 일이라 방 안에서 이완 명상을 하고 있는데 주방에서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을 하기에 저런 소리가 나는가 궁금했지만 방문을 열어 확인하지는 않았다. 호기심을 순간에 해소하여 답답해하지 않을 수 있지만 궁금증을 안고 있다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득 저녁에 수제비를 해주겠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났다. 그렇구나. 밀가루 반죽 치대는 소리구나.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고소한 냄새가 문틈으로 스며들어 방 안을 채운다. 콧속을 파고든 냄새를 두뇌는 위장에 전달한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수제비를 안착시킬 공간을 만들라고 말이다.


아빠 식사하세요! 딸의 부름에 거실로 나가니 한 그릇 가득하게 수제비가 쌓여있다. 뭔가요. 이걸 다 먹으라고요. 넘치네요. 남길 것 같은데 덜어야 하나 생각했지만 첫술을 뜨고말았다.


싸랑이요!!? 아내는 자신이 주는 밥이나 국을 남기면 싫어한다. 주는 대로 먹어주길 바란다. 조금만 주세요 했어도 듬뿍 담아준다. 마음이 큰가?


밀가루에 식용유를 넣고 반죽을 했더니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지 않아요? 그러게요. 육수는 멸치 팩으로 냈고요 감자, 애호박, 대파, 마늘을 첨가했네요. 아내는 짧게 설명한다.


수제비를 숟가락으로 떠 보니 손 반죽으로 치대다가 일정하지 않은, 그저 마음 가는 크기로 떼어 넣었음을 알 수 있다. 두께감은 놓쳤어도 쫄깃한 식감은 살린 것 같다.


내 앞에 놓인 수제비는 숟가락으로 떠먹기보다 젓가락으로 먹는 게 편했다. 숟가락 위로 가지런히 올라오지 않고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그릇에 도로 떨어져 버린다. 큰 놈은 숟가락으로 그릇 가장자리로 몰아 숟가락 입 크기만큼 끊어야 했다. 아내의 손이 크다.


집에서 해 먹는 수제비는 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볼 그릇에 밀가루를 넣고 식용유를 살짝 뿌린다. 반죽을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하다가 바닥에 치대 기도 한다. 힘 있게 치대야 밀가루 반죽이 쫀득해지고 손으로 떼어내기도 쉬워진다.


아내와 딸의 수고로움으로 만든 수제비를 난 수고 없이 맛있게 먹었다. 먹어도 줄지 않아 애먹었지만 성의껏 양을 초과하였다. 아내의 눈치를 보며 바닥에 몇 점 안 남은 수제비를 숟가락으로 뜨는 시늉만 했다. 남길 수밖에 없었다. 배가 부르면 한 점이라도 더 먹을 수 없다. 그렇게 먹다가 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소 양 많이 주었기 때문이다.


아내도 너무 많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배부르면 남기세요 하며 허락한다. 난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음을 따뜻하게 인정했다.


낮에는 기온이 오르다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는 예보를 듣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밤공기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뱃속이 따뜻해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