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서 얻는 즐거운 삶

딸과 함께 진달래꽃 산행

by 폴초이


4월 초순에 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오르다 보면 분홍빛 진달래꽃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어떨까 몰라하면서 일요일에 딸과 함께 올랐다. 진달래 능선길에서 만난 진달래꽃은 산바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산지기들의 마음 설레게.


진달래 능선은 초반에 오르막 산세다. 능선 길까지는 올라야 완만한 경사를 타고 대동문까지 갈 수 있다. 초보 산행 딸은 들머리 오름세에 기력을 뺏기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연신 물을 마셔가며 올라가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전날 술의

영향도 미쳤을 것이다. 나도 오르막에서 다리 옮기는데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능선 길에 이르자 등산로 양쪽으로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겼다. 등산로 아래쪽으로도 연분홍 진달래가 언뜻 거리는 것이 한복 입은 새 각시가 양팔로 치마를 살짝 들 때 보이는 뽀얀 발목을 훔쳐보는 것 같다. 눈에 비친 색감을 핸드폰으로 담으려 했지만 산 아래 핀 꽃까지 담지 못한다. 스마트폰 화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인간의 망막 앞에서는 새 발의 피다.


딸은 "심장이 너무 뛰어서 힘들어"

"호흡해.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어."딸의 핏기 없는 얼굴을 보며 시범을 보였다.


대동문까지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대동문 안에는 상춘객들이 많이 보인다. 등산 동호회 단체분들인가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가져온 음식을 먹고 마시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다. 우린 돌 탁자를 찾아 컵라면을 꺼냈다. 컵라면에 김치를 먹을 요량으로 비닐봉지에 넣어왔다. "아빠 덕분에 김치 먹네. 감사."딸이 웃는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다. 비단 컵라면뿐 아니라 김밥, 족발을 비롯해 냉면까지 싸오는 산지기들도 있다. 냉면 사리를 삶아 냉수마찰을 시킨 다음 밀봉하고 육수를 얼려오면 산에서 시원한 냉면도 맛볼 수 있다. 다음엔 준비해야겠다.


대동문에서 하산할 때는 소귀천 계곡으로 택했다. 진 노란색 생강나무 꽃들을 진달래꽃만큼이나 볼 수 있는 코스다. 하산 지점엔 선운각 한옥카페를 만날 수 있다. 다음 기회에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선운각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중순경이면 벚꽃으로 둘러싸인 선운각 담장을 볼 수 있겠다. 겉으론 쉬이 범접을 허락지 않는 도도한 모양새인데 내부가 궁금하다. 새침데기 마나님인지 고고한 대감댁 부인인지.

산행 뒤에 오는 허기짐을 채우려 '산'음식점을 찾았다. 품세가 민속 주점인데 내부는 손님들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테이블도 짜임새 있게 놓였다. 양반자세가 편하신 분은 신발을 벗고 침상 위로 등산화 벗고 신기가 불편하면 의자 테이블로 자리하면 된다.


우리는 의자를 택하고 두부김치에 장수막걸리를 주문했다. 장수해야지


시원한 장수막걸리 1잔을 따르자마자 벌컥 마셨다."어 시원하다" 추임새가 빠지면 되나.

밑반찬 나물이 맛있어 더 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손님에게 내주는 손두부 부추김치가 맛있게 보인다. 저걸 시켰어야 했나.


어제의 술은 오늘 산행으로 내 몰았으니 새로운 막걸리로 채운다. '새 술은 새 부대에'가 아니라 새 술은 새 몸에. ㅋㅋ ㅎㅎ


막걸리 두 병에 얼굴이 불콰 해진다. 산행으로 혈액순환이 빨라진 대다 막걸리를 주입해서 그런가 보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막걸리가 꿀 맛이구나.

"아빠? 내가 요즘 많이 놀아주지. 그렇지"

"그래서 싫냐?"

"아니, 그렇다고."

"놀아줘 고맙다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