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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Nov 04. 2022

커피를 배우다

로스팅부터 핸드드립까지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게 된 계기는 과거 어느 날의 산행에서다.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도봉산을 갔다. 그날은 2014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떠오른다. 도봉산을 오르고 점심을 먹고 난 후 동행 여동창이 스테인리스로 된 드리퍼를 꺼내 분쇄한 원두를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냐?" 처음 보는 광경에 난 놀랐다.

"요즘은 산에서 다들 이렇게 마셔." 그 친구는 무심하게 응답한다. 전에 다른 산악회를 따라갔더니 그 친구들이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있더란다. 경험해보니 믹스커피보다 좋은 것 같아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도 준비에 들어갔다. 대형마트에서 원두를 사고, 핸드그라인더를 구입하고 드리퍼, 종이필터를 구매했다. 집에서 마실수 있는 도구부터 집에 들였다. 나중에 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주방에 쌓였다. 그러나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언젠가 다른 집으로 이사한다면 커피머신을 사고 싶다는 소망만 간직했더랬다.


그러다가 최근 우연히 사무실 근처의 카페를 방문해, 핸드드립 커피를 음미하는 기회가 있었다. 한쪽에 가마솥이 놓여있어 어떤 용도인가를 물었다. 카페 여사장은 가마솥으로 원두를 로스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대뜸 배울 수 있는가 묻자 4회에 10만 원이란다.


"1대 1 수업방식인가요?"

"네, 그럼요. 손님이 원하시는 일정에 따라 시간을 정하면 돼요."

"오, 그래요. 계좌번호 주세요. 입금할게요."


그렇게 해서 가마솥 로스팅을 배우게 되었다. 커피의 기원이나 로스팅 커피의 전래이야기는 인터넷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핸드드립도 유튜브 영상을 본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로스팅은 직접 경험을 통해야 습득할수 있다 생각한다. 커피콩이 익어가며 풍기는 냄새와 색깔이 변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보는 경험 말이다. 거기에 손으로 볶아대는 요령과 시간을 배우면 남은 평생 동안 집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다. 누군가 왜 당장 배우겠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답했을 이유다.


10월 5일 오전 10시에 첫 시간을 시작으로 17, 25, 31일 커피를 공부했다. 커피의 향미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수망, 도자기, 가마솥 등 각각의 로스팅은, 도구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멜리타, 칼리타, 하리오 드리퍼에 따라서도 커피 맛은 달라졌다. 같은 원두를 사용하고 물의 양을 같게 했는데도 맛이 달랐다. 추출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때 드리퍼 중앙에 100원 동전 크기만으로 주전자의 물줄기를 부어주는 맛과 물을 원두가 잠기도록 투하해줄 때의 맛이 달라지는 것을 알았다. 커피 원두의 분쇄부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어떤 그라인더를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원두가 물을 머금었다 토해내는 순간이 다르단다. 로스팅의 단계에 따라서도 커피는 맛을 달리할 수 있단다. 작은 커피콩이 건조방식, 로스팅, 분쇄, 드립 차이로 여러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단다. 작은 것의 영향력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하겠다.


"드리퍼에 분쇄 원두를 넣고 가볍게 흔들어 평탄작업을 해요. 다음에 원두 전체를 적시는 거예요. 불림 시간을 갖는 거죠.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 거 보이시죠. 커피 빵이라고 하죠. 빵처럼 부풀어 올라서 그렇게 불러요. 가스가 나오면서 공기방울이 크게 생겼다 터지고 커피 빵을 뚫고 가스가 새죠. 가스가 끝나면 물을 원두에 얹는다는 느낌으로 살포시 내려주는 거예요. 하얗게 방울방울 올라오죠."


드립 할 때 원두 위에 물을 얹는다는 느낌으로 부어주라는 카페 사장의 말이 느낌 있게 다가왔다. 주전자의 주둥이가 구부러진 이유가 물을 살포시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가는 물줄기로 드립해야 원두는 기분 좋아 향미 가득한 커피맛을 내주는가 보다.


집에서 에티오피아 게이샤를 도자기 로스터기로 로스팅을 시도했다. 수업시간에 맡던 커피콩의 고소한 냄새가 거실에 퍼진다. 겉껍질이 벗겨지면서 가스레인지 주변으로 낙하한다. 치우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맛을 보게 하소서. 크랙 소리가 퐁퐁퐁 도자기 안에서 울린다. 오케스트라처럼 연속해서 들리면 선풍기로 쿨링 작업을 한다. 시원해진 원두를 전동 그라인더로 핸드드립 용도로 분쇄한다. 하리오 드리퍼를 온수로 덥힌다. 종이필터도 온수로 적신다. 분쇄 원두를 넣고 배운 대로 온수를 살포시 얹는다. 원두와 물의 비율은 1대 1.5다. 20g 원두로 300g 커피를 추출한다.


내가 손수 생두를 구입하고 로스팅을 거쳐 추출한 커피의 맛은 음, 신선하고 부드러운 산미가 혀끝에 닿는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너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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