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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Aug 21. 2020

내가 가진 것?

스물여덟, 두 살 아이, 잔고 0원, 직장 있음, 친정집의 내 방 한 칸


여름이 시작되기 직전의 더운 5월이었다.

그 신혼집에서 나올 때

아직 돌이 되지 않았던 아이를 업었고

한 손에는 직장의 유니폼을 들고 나왔다.

나의 아버지는 저만치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이혼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나의 엄마는 그 5월의 내 모습을 이렇게 기억하고 말했다.


 "그땐 네가  곧 죽을 것 같더라.”

 
하체 비만이었던 나였는데,

살이 빠져서 그동안 입었던 바지들이 헐렁해졌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 광대뼈가 만져졌다.

현재의 나를 생각하면 우울했고

잠을 자는 것만이 그 시간을 잊는 유일한 피신처였다.






어느 날 밤이었다.

나는 영상을 통해서  불쌍한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지구촌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그 아이들은 파리가 날리는 더러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비닐을 찾아서 팔고 그 돈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하기 위해서 배움을 시도하는 아이도 있었고 우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불쌍한 모습에 눈물이 났고 안타까웠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고 있구나,

사는 방법을 아는구나.’

 

‘그렇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가,
결혼이 파탄 났다고 이렇게 울고만 있을 것인가,
다 잃은 것인가,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

   
나는 노트를 꺼내서 적어보았다.


지금의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또 주관적으로 적었다.



 
-스물여덟 살의 싱글맘 -> 나는 젊다.
 
-두 살 나의 딸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나를 보고 웃어주고 있다.

-통장잔고 0원 -> 돈을 모으자.

-다행히 직장이 있다 -> 월급을 아껴서 저축하고 생활하자.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자.

-부모님이 계시고 아이와 지낼 수 있는 친정집의 내 방이 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는 다 잃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엄두는 나지 않았고

나의 정신 상태는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그 방법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었다.
나는 유니폼을 입고 걸어서 출근을 했고 월급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누군가의 수군거림과 누군가의 힘듦이 나를 괴롭혔지만 모두 무시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딸을 씻기고 놀아줬다.
잘 시간이 되면 매트리스만 놓여있던 내 방으로 들어가서 아이를 재우고

나도 매트리스 한쪽 끝에 누워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평화로움에 감사했다.

 
하루의 일과는 항상 똑같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적어 보고

최대한 활용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후 그 전과는 다른 마음 가짐이 생겼다.
쓰레기 더미에서도 희망의 끈을 가지고 사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는 그 아이들에 비하면 가진 것들이 너무 많다.
창고가 돼버린 내 방이었지만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매트리스가 있었고,
돈 한 푼 없이 빈 몸으로 나왔지만 나에게는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나는 아직 젊고, 일 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안아주시고 문을 열어주신 부모님이 계시고

나만 보면 방긋방긋 웃는 딸이 있으니 나는 많이 가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눈물은 더 이상 나지 않았고 살 방법을 계속적으로 생각했다.
 



팁!  현재 모습을 객관적으로 노트에 적어본다.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본다.
미래의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원하는 모습, 원하는 통장 잔고. 원하는 직업 등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본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상황이 아니라면,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더 낫다.”

"현재를 충실하게 보내는 것도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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