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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Aug 22. 2020

너는 뚜벅이냐.

뚜벅이가 사는 법.


나는 경차를 운전하고 다닌 지 4년 됐다.

그전에 나는 뚜벅이였다.  

회사 입사 후 9년은 걸어 다녔다.

어느 날 회사의 부장님이


“너는 뚜벅이냐”라고 물었다.


나는 “뚜벅이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뚜벅뚜벅 걸어 다니는 것이 뚜벅이였다.

‘내가 걸어 다니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는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날이었다.


나는 걸어 다녔다.

친정집과 회사는 멀지 않았고, 나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그렇다면 택시를 타고 다녔을까,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은 비싸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건소에서 딸의 예방 접종을 하고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탈 걸 그랬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더운 여름날. 아이를 두 손으로 안고 집에 왔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자세를 바꿔가며 포대기에 쌓인 아이를 안고 왔었다.

그 당시에 월급을 생각하니 택시를 탈 수가 없었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녔고, 조금 먼 거리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가끔 나의 친구와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  


“우린 젊었고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아까웠고 모아야 된다고 생각했지.

걸어 다니고 버스 타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목돈을 모았고 우리에게 이런 날이 온 것 아니겠어?”


며 이야기를 한다.

그런 시간들이 있기에  돈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에 깊은 공감을 한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매일의 선택들로 오늘의 나의 모습이 미래의 나의 모습을 만든다.



어떤 시간도 그냥 흐르는 시간은 없다.








내가 운전을 시작한 것은 딸이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였다.

또래의 친구들이 많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길 원했고 친정집과 회사와는 반대 방향으로 이사를 갔다.

나에게는 모험이었다.

입학 날을 기억한다.  딸은 또래 아이들보다 작았고 자신의 등보다 큰 분홍색 책가방을 맸다.


“이렇게 많이 자랐구나.
네가 학교를 가다니
엄마는 너무 기쁘다.
옆에서 잘 커줘서 고맙다.”



하지만 딸의 등교 시간보다 나의 출근 시간이 빨라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처음엔 건너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조금의 비용을 주고 등하교를 부탁했었고,후엔 남동생이 집에 와 있어서 부탁을 했고, 나중엔 딸에게 시간이 되면 등교를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등교 시간보다 늦게 학교에 가는 날이 많아졌고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날들이 많아졌다.

나는 아이가 지각하지 않도록 출근할 때 데려다준 적도 있었다.  


“엄마, 교무실에 가서 교실 열쇠를 들고 왔고
문을 열었어.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지만,  곧 왔어”



라고 말해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전화가 와서

“너무 일찍 보내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라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이가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자주 지적을 했다. 아이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일까, 나는 나를 책망하며 아이를 다그쳤다.

주위에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아이를 먼저 키운 언니들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나도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니 1학년 때 보다 2학년 때가 낫고 그리고 3학년이 되니 또 달라지더라.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나의 엄마는 “너도 어렸을 때 그랬어.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조금 누그러들었다.

아이들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

나의 아이가 조금 느릴 수 있다.

내가 아이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


딸은 1층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자주 전화를 했었다.

1학년 아이들에게 자주 있는 일이랬다.

그리고 자주 배가 아프대서 걱정했다.

어느 날 양호실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양호실에 자주 오니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 육아휴직 "이라는 제도를 알았다면 이용했을 텐데 회사에 눈치가 보였어도 아이를 위해서 썼을 것이다.

나와 같이 일하는 언니가 올해 육아 휴직을 썼다.  현재는 초등학교 2학년의 자녀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운전을 하게 된 계기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버스를 타러 가는 시간,

버스에서 회사를 가는 시간,

아이와 아침에 조금 더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

저녁에 일찍 와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조금 겁이 났지만 필요했기에 해야만 했다.

버스비보다 비용이 생겼지만 얻는 것이 있었다.

-내가 원한 시간. 기동력과 편의성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이 지역을 벗어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가끔 뚜벅이 시절이 그립다.

그땐 참 열심히 걸었고 걸으면서 오늘은 어떻게 보내야 될지에 대해서 고민했고

어떤 날은 법륜스님 동영상도 듣고 어떤 날은 걸어가면서 책도 봤다.

걸으면서 “오늘 하루 파이팅”을 외쳤던 날들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조금 더 느렸던 기억이 난다.

친정집을 가기 위해서 언덕길을 올랐는데,

"이렇게 오르고 다녀도 살이 안 빠지는 건가, 힘드네. 학교 다닐 때는 왜 몰랐지?" 하며 올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운전으로 생활은 편리해졌으나 생각하던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리가 가끔 저리다.걷는 날이 줄어드니 몸이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편리함에 돈을 절약했던 날들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걸을 수 있을 때 걸을 것을 권한다.

뚜벅이로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 생각을 정리할 나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팁!
평소에 걸을 때 주변을 보길 권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부동산은 어떠한지,
시세는 어떤지.
가게들은 장사가 되는지,
임대가 쓰인 가게는 없는지.
부동산 카페에 올라왔던 매물이 저것은 아닌지.
이 또한 부동산 공부니까!


나는 오늘 스타벅스에서 나오면서 딸에게 물었다.

"저 앞에 새 아파트 두 개가 보이지? 두 아파트 중에서 어떤 것이 가격이 더 높을 것 같니?"

딸이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거니?"라고 묻자,

아파트에 적혀있는 이름이 무엇인지 보고 있었다고 했다.

"앞쪽에 있는 것이 더 비싸단다, 앞쪽에 있는 아파트는 시야가 확보되어 저 멀리 강도 보이지만 뒤쪽에 있는 아파트는 앞 아파트의 뒤만 보니까 시야가 가려져 있기 때문이야."

실제 그 아파트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지만 같은 평수여도 가격이 1억 정도 차이가 있었다.

내가 어릴 적 나의 부모님이 이런 부분을 깨우쳐줬더라면 좋았을 텐데.나는 어릴 적 주택에 살았는데,  “왜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까?한건물에 촘촘하게 붙어서 살면서 관리비까지 지불하고?”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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