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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Dec 05. 2020

타이탄에서의 발견! 생명체로 가는 퍼즐 조각이 될까?

여러분들은 ‘타이탄’이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족? 영화 <어벤저스>의 최강 악당 타노스의 고향? 오늘 소개해드릴 타이탄은 바로 태양계의 여섯 번째 행성, 토성의 위성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토성의 위성은 총 82개인데, 타이탄은 그중에서 가장 큰 위성이에요. 태양계에 존재하는 위성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크답니다(첫 번째는 목성의 가니메데).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보다 살짝 크죠. 달보다는 1.5배 크고, 질량은 두 배 가까이 됩니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여러 가지 모습 (이미지: NASA)


2020년 10월, 새로운 발견이 세상에 발표되었어요(Nixon, C. A. et al., 2020). 칠레 아타카마 고원에 있는 알마 전파 망원경(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을 통해 타이탄의 대기에서 한 분자를 발견한 것이죠. 주인공은 사이클로프로페닐리덴(Cyclopropenylidene, C3H2)이라는 이름조차 부르기 어려운 분자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분자의 발견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저 탄소와 수소가 섞인 이 분자가 뭐길래, 과학자들이 난리가 난 걸까요?
 
유기 화합물은 탄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생물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이클로프로페닐리덴은 복잡한 유기 화합물로 가는 연결고리로 여겨지지만, 다른 물질과 빠르게 반응해서 희박한 우주 가스나 실험실에서만 존재할 정도로 희귀하죠. 그런데, 태양계의 행성이나 위성의 대기에서는 단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던 이 분자가 타이탄의 대기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생명체라는 거대한 퍼즐을 시작하는 첫 번째 조각이 될 수 있기에 과학자들이 깜짝 놀라고만 것이죠.


사이클로프로페닐리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미지: 위키피디아)


과학자들은 하필이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타이탄을 조사하는 걸까요태양계에는 수많은 행성과 위성이 있는데 말이죠. 1655년에 처음 발견된 타이탄은 약 300년 후에 메탄이 섞인 두꺼운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처음으로 토성과 그 위성들의 주변을 지나간 탐사선은 파이어니어 11호인데타이탄의 정확한 온도와 질량을 알려주었고실제보다 훨씬 커 보였을 정도로 대기가 두껍다는 걸 알려주었죠.


 이후 보이저 1호를 통해, 과학자들은 타이탄에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타이탄의 대기가 워낙 두꺼워서, 타이탄에 실제로 바다가 존재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조차 두꺼운 대기 밑에 단단한 땅이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죠. 그리고 2004년, 인류 최초의 토성 탐사선인 카시니-하위헌스 호가 우주로 발사됩니다.


카시니 호의 상상도 (이미지: NASA)

카시니-하위헌스 호는 궤도선 카시니 호와 착륙선 하위헌스 호로 구성되어 있어요카시니 호가 토성과 타이탄 주변을 돌며 조사하는 동안하위헌스 호는 타이탄의 표면으로 내려가 두꺼운 대기에 가려져 있던 정보들을 수집했습니다그 결과타이탄에는 기상 활동이 일어나고탄화수소로 이루어진 호수와 강이 있어 침식 작용이 일어나고모래 언덕과 평야와 계곡이 있으며얼음 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이로써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가장 지구와 비슷한 천체가 되었죠.


왜 다른 행성이나 위성의 대기에서는 사이클로프로페닐리딘이 발견되지 않았을까요과학자들은 아직 그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또한 이 분자를 발견했다고 해서 타이탄에 생명체가 있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죠이번 발견을 이룬 연구자들은 타이탄의 대기에서 사이클로프로페닐리딘보다 더 무거운 분자를 찾으며 어떻게 복잡한 유기 화합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연구할 예정입니다이 연구는 외계 생명체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발견한 지 약 36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타이탄은 여전히 미스터리한 천체입니다멀리 떨어져 있고두꺼운 대기로 둘러싸여 있어 정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죠그래서 NASA는 타이탄 단 하나만을 조사하기 위한 미션을 세웠습니다드래건 플라이 (Dragonfly)라는 이름을 가진 이 탐사선은 2026년에 발사되어 2034년에 타이탄에 도착합니다탐사 로봇은 타이탄의 표면에 내려앉아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분석하여 타이탄의 비밀을 밝힐 예정이라고 해요.

타이탄의 표면에 착륙하는 드래건 플라이 호의 상상도 (이미지: NASA)

영화 <컨택트>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큰 우주 공간에 생명을 가진, 지능이 있는 존재가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정말 엄청난 공간 낭비다.” 이렇게 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생명체를 조우하거나, 생명체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을까요? 타이탄에서 일어날 발견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2020. 아스트로캠프 이주원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본 글은 아스트로캠프 포스트에서도 작성되었습니다.  http://naver.me/F8RhVMQC)



참고 자료
1) Nixon, C. A. et al. (2020), “Detection of Cyclopropenylidene on Titan with ALMA”, The Astronomical Journal, 160, 205
2)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0/nasa-scientists-discover-a-weird-molecule-in-titan-s-atmosphere/
3)     https://www.sciencealert.com/scientists-have-just-found-a-really-bizarre-molecule-in-titan-s-atmosphere
4)     https://solarsystem.nasa.gov/moons/saturn-moons/titan/exploration/?page=0&per_page=10&order=launch_date+desc%2Ctitle+asc&search=&tags=Saturn&category=33#dutch-astronomer-christiaan-huygens-discovers-ti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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