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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Feb 15. 2021

D-14, 퍼서비어런스 관전 포인트 세 가지

화성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

(2020년 2월 3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제 약 2주 뒤면 NASA에서 작년 7월 말에 발사한 마스 2020호가 화성에 도착합니다. 이 우주선 안에는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인내) 로버가 잠들어 있죠. 이미 2018년 11월부터 화성 탐사 로봇 ‘인사이트(InSight)’가 화성에서 활동 중이지만, 퍼서비어런스는 인사이트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한 곳에 정착 중인 인사이트와는 달리 퍼서비어런스는 6개의 바퀴가 달려있어 이곳저곳으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2012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이후 10년 만에 화성을 찾은 후배 로버입니다.

예전부터 NASA는 화성에 보낼 탐사 로봇들에 이름을 붙이는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한참 전에 화성을 누볐던 쌍둥이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도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죠. 이번에도 NASA는 새 로버의 이름을 짓기 위해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자신이 왜 로버에게 그 이름을 붙여주었는지 짧은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죠. 28,000개의 에세이 중에서 7학년(12~13살) 소년이 1등을 차지했고, 새 로버에는 퍼서비어런스라는 이름을 지어졌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인내라는 단어인데, 퍼서비어런스가 역경을 헤치고 꿋꿋이 탐사를 이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관전 포인트, 하나! 마의 7분을 버텨라

NASA는 여러 번 화성 착륙에 성공했지만, 항상 쉬운 일인 것은 아닙니다. 전체 화성 착륙선 중 약 40%만이 성공할 수 있었죠. 착륙은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우리는 그 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죠. 


우주선이 화성 근처에 진입하면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들어있는 열 차폐 컨테이너(편의상 컨테이너로 표현)가 우주선과 분리됩니다. 컨테이너는 시간당 20,000 km의 속도로 표면을 향해 떨어지죠. 낙하 시작 후 약 240초 정도가 지나면, 컨테이너에서 낙하산이 펴져 낙하하는 속도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약 20초 뒤, 열 차폐 컨테이너의 바닥이 분리되면 퍼서비어런스를 역추진 장치가 달린 크레인이 보일 겁니다. 크레인은 컨테이너와 분리되고, 바닥을 향해 가스를 분사하며 로버를 내려놓기 적당한 속력과 방향을 결정할 것입니다. 착륙 21초 전, 크레인은 케이블로 연결된 로버를 서서히 내려 놓습니다. 로버의 바퀴가 화성 표면에 닿으면, 크레인은 로버와 연결되었던 케이블을 끊고 로버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떨어집니다. 여기까지 약 7분이 소요되죠.


하지만 아직 환호하기는 이릅니다. 로버가 눈을 뜨고 나서 보내는 신호가 지구에 닿기까지 4분이 더 소요되거든요. 이 과정은 NASA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7분의 시간을 위해 수백 번의 실험을 했을 과학자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전 포인트, 둘!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퍼서비어런스의 머리에 설치된 SuperCam이란 장치는 멀리서 표면의 성분을 촬영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화성 토양의 성분을 세세하게 분석하기 위한 엑스선 분석 장치인 PIXL과 자외선으로 유기물을 검출하는 SHERLOC이라는 기기도 설치되어 있죠. 퍼서비어런스는 크레이터 주변(또는 밖)을 이동하다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로봇 팔에 부착된 드릴로 표면을 뚫어 샘플을 채취할 겁니다. 이 샘플은 로버 안의 임시 저장고로 들어가게 되는데, 아직 먼 이야기긴 하지만 이후의 화성 탐사 로봇이 수거하여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라고 하네요!


퍼서비어런스는 왜 이렇게 토양에 집착(?)할까요?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하는 제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는 과거에 커다란 호수였을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호수 안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죠. 만약 정말로 미생물이 있었다면, 그들의 흔적은 어디에 남았을까요? 그렇습니다! 제제로 크레이터 안에 남아있을 거예요. 그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해 퍼서비어런스는 여러 개의 분석 장치를 달고 다니는 것이죠. 퍼서비어런스는 과연 그 증거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화성 탐사선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어라? 인사이트도 분명 로봇 팔이 화성 표면을 판다고 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실 지도 모릅니다. 인사이트도 땅을 5 미터까지 파기로 했지만, 그건 생명체를 발견하기 위함이 아니라 화성의 내부 구조나 온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였답니다. 안타깝게도 인사이트의 로봇 팔은 땅을 50 센티미터도 채 파지 못하고 작동을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땅 파는 기기가 대충 40 센티미터라고 하니 10 센티미터도 파지 못한 셈이죠. NASA의 연구원들은 망치질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1월 15일에 공식적으로 땅파기 임무를 중단했답니다(관련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10115131300009?input=1195m) 드릴을 사용하는 퍼서비어런스는 과연 땅을 잘 팔 수 있을까요? 부디 인사이트의 굴욕을 만회하길 바랍니다.


관전 포인트, 셋! 화성 헬리콥터의 비행

퍼서비어런스가 새롭게 선보일 기술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우주 최초의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라는 이름을 가진 이 헬리콥터는 티슈 상자 정도의 크기로, 퍼서비어런스 안에 들어가 있다가 임무가 시작되면 밖으로 나와 비행을 할 예정입니다. 사실 인제뉴어티는 과학 연구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죠. 지구와는 확연히 다른 환경(중력, 대기 등)에서도 적은 에너지로 균형을 유지하며 비행할 수 있느냐가 이 실험의 목적입니다.


인제뉴어티가 이번 비행에 성공하면, 화성을 탐사하는 방식은 좀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화성의 상공을 날아다니며 넓은 면적을 탐사할 수 있고, 로버로는 진입하기 어려운 험난한 지역도 탐사할 수 있죠. 가벼운 짐을 나를 수도 있을테고요. 이후에 인류가 화성에 가게 된다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죠?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일로는 1년(지구의 시간으로는 약 2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표지만 오퍼튜니티나 큐리오시티처럼 예상 수명보다 훨씬 오래도록 살아남아 새로운 사실들을 전달해줄지도 모릅니다. 이번 퍼서비어런스가 성공하면 -앞으로도 해내야 할 과제가 많겠지만- NASA의 화성 탐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인류의 화성 탐사’가 가능해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화성 탐사의 선구자가 되어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오래도록 인내하기를 바라봅니다.


Copyright 2021. 아스트로캠프 이주원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pioneer@astrocamp.net


http://naver.me/xpP0cRge

(본 글은 2월 10일자 네이버 과학판 메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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