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어느 날엔 친구와 만나 시간을 보내다 헤어졌어요. 친구는 다른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러 갔고, 저도 볼일이 있어서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보며 공공자전거를 찾아다녔습니다. 요새 공공자전거를 타는 것이 저의 유일한 낙이거든요...
10분 정도 돌아다닌 끝에 자전거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R코드를 입력하고 찰칵-소리가 나면 이제 이 자전거는 제 것입니다. 핸들 앞에 달린 바구니에 가방을 넣고 페달을 밟았어요.
목적지에 가는 길에는 넓은 광장이 하나 있습니다. 중간에 커다란 분수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주변을 뱅뱅 돌며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은 킥보드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해요. 비눗방울과 독수리 모양의 싸구려 비닐 연도 종종 보입니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저는 그 혼잡한 곳 -특히 갑자기 아이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을 빠져나가는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주 좋은 냄새가 나더라고요. 무슨 냄새였냐면, 양념 갈비 냄새였습니다. 양념 갈비였어요. 분명히.
맛있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가족의 생각이 났습니다. 고기구이는 혼자 먹기는 쉽지 않잖아요. 물론 혼자 잘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아주 잠깐 스치듯 생각을 하고 다시 페달을 밟는데, 그전까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들이 보였습니다. 광장의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노인들이요. 가까이 가서야 알아챌 수 있었어요. 마치 가로수처럼 그곳에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조용히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들을.
그리고 저는 그들을 지나치며 그들이 왜 그곳에 하릴없이 앉아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가족과 함께 굽고 있을 양념 갈비,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 자전거 시합을 하는 어린아이들, 비눗방울을 날리는 아이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부모, 돗자리를 펴고 앉아 사진을 찍는 연인들. 무대의 배경이 되어버린 노인들은 무대 위 배우들을 보며 외로움을 희석하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곧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내 얘기를 들으며 벌써 그런 생각을 하냐며 웃었지만, 분명 그런 날은 올 것입니다. 산책 중에 만나는 노인들 틈에 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을 가늠해보거나, 벤치에 앉아 그들이 보는 곳을 응시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합니다.
양념갈비보다 짙은 외로움의 냄새를 느끼며 얼른 페달을 밟아 광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그것이 날 삼키지 못하게끔.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