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6일
지난 주였나요? 아니, 지지난주부터 인 것 같습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아닌데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내 업무도 아닌데)’
‘이 직장에서 내 역할은 뭐지?’라는 물음이 나오면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요. 아니, 어쩌면 이미 받고 있으니 저런 질문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지난주부터 엊그제까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생각을 하며 지냈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몇 달 전과는 다르게 침대에 누우면 잠이 들었어요. 피곤하기도 했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이건 분명 잠으로 내가 봉착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겁니다. 나는 내 마음을 아주, 잘 알아챕니다. 퇴근길, 신호대기 중에 정신을 잠깐 놓으면 감정의 선이 축 늘어지며 ‘나에겐 왜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어요. 여기서 더 내려가면 아주 익숙하고 안락한 늪이 나옵니다. 아주 달콤하고 중독적인 우울의 늪 말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애써 감정을 끌어올리다가 알아챘습니다. 아, 원래 행복은 힘든 것이라는 것을요. 내 감정의 디폴트 값은 행복이 아닙니다. 우울 쪽에 가깝죠. 나는 1년 8개월 동안 내 감정을 일정하게, 그리고 행복 쪽에 가까이 두려는 수련을 해왔습니다. 사서 걱정하지 않을 것, 걱정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면 그만 생각할 것, 자책하지 않을 것, 친구에게 같은 일이 일어났더라면 해줄 말을 자신에게 해줄 것, 보이는 것만 믿을 것,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지 않게 할 것…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의 알고리즘을 다시 짜는 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잠만 잘 자고, 밥만 잘 먹어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맞습니다만, 그것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감정이 끝도 없는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을 막는 힘은 됩니다. 결국 마음은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울은 중독적입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우울에 빠지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면- 마음과 체력을 잘 들여다보고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두 번째는 몇 주 전에 혼자 차를 몰고 바다로 드라이브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재밌을 줄 알았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주차장에 차는 많고 엉망진창으로 세워져 있어서 잘못하면 바다를 보러 갔다가 보험사를 불러야 할 정도였죠(운전 실력이 많이 늘었는지 잘 빠져나왔습니다). 서해 바다는 예쁘지도 않았고 매우 더웠으며 모두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 보였습니다. 바위에 앉아서 바다와 갈매기와 사람 구경을 하는데, 언젠가는 이 기억을 행복의 카테고리에서 꺼내며 그리워할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2주 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그때 본 윤슬을 떠올리고 있었죠. 결국 행복은 상대적이었던 것입니다.
아, 그런데 이것은 자기 혼자만의 행복입니다. 저는 둘이 동시에, 오랫동안 행복하거나 여럿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시간이 알려줄 것입니다. 어쨌든 감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감정은 쉽고 당연한 상태가 아니다-라는 것이 올해 팔월에 깨달은 생각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네요. 쓰고 나서 보니 행복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오는 것이라고 읽히기도 하네요.
정신 차려보니 벌써 금요일이네요. 내일도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즐겁게 출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거든요. 주말에는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쉬어볼 거고요. 남들 놀 때 체력을 아껴서 나는 더 멀리 달려야 해요. 나는 다 잡을 겁니다. 커리어와 행복에 이르는 비결을 말이죠. 저는 원래 욕심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