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원 Jan 23. 2019

미니멀라이프: 연락처 지우기

연락처 다이어트

  서른 살이 되고 나니 연락처가 제법 쌓였다. 그중에선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개인적으로 연락한 지는 꽤 되었지만 sns로 하트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었고, 번호가 바뀌었는지 어느새 출장 스팀세차 업체로 바뀌어버린 지인도 있었다.

  몇 년 전부터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연락처들을 정리하는 일이다. 내 기준은 간단하다. 일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연락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으면 남기고, 아니면 목록에서 숨긴다 (몇 년 지난 후엔 아예 번호를 지울 생각이다. 번호 삭제는 꽤 터치를 여러 번 해야 하는 작업이라 미뤘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지난 추억이 떠올라 숨김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옛기억을 떨치며 정리하고 나니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빠져나간 이들이 남은 이들보다 더 많았다.

  엄지손가락 스윙 몇 번 만에 친구 목록 끝까지 가게 되자 허탈했다. 내 인간관계가 이렇게 좁았나 싶기도 했고, 연락할 일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차피 다시 친구 목록에 넣으면 되지만). 그러나 곧 심플한 연락처에 적응이 되었고 내 걱정과는 달리 숨겨진 이들에게 연락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았다 (일 년 간 다시 목록에 돌아온 이는 2명 정도였다.).

  최근에는 기준을 좀 더 강화했다. 몇 번 만남을 시도했지만 만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사람 (바쁘다면서 다른 친구들은 잘만 만나는 사람. 내가 눈치가 너무 없었나?), 그리고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 그 사람들을 신경 쓸 시간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더 시간을 쓰기로 했다. 싹 지우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친구목록은 짧아졌지만 목록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인간관계가 전보다 깊어졌다고 느낀다. 내년엔 또 어떤 이들이 나의 목록에 남아있을까. 괜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라면, 오늘 밤 꼭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정리해 보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 예약 곡: 보헤미안 랩소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