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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May 27. 2019

런던 여행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6월 초에 런던을 가기로 했다. 그동안 내 위시리스트에 미얀마와 몽골과 히말라야 트래킹은 있어도 영국이란 나라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플레이리스트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영국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런던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아니면 왠지 영원히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고민 끝에 할부로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이번 여행은 이 년 전 프라하 출장 겸 여행을 함께한 나의 동생과 함께한다. 동생은 독일에 살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여행을 함께 하지 않으면 볼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독일에서 영국까진 얼마 걸리지도 않고 비행기표도 비교적 싸서 동생은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어렸을 적 집에는 항상 음악이 틀어져있었고 엄마는 매달 열리는 시립 교향악단 무료 클래식 음악회에 어린 나와 동생을 데려갔다. 동생과 나는 특히 팝송을 좋아해서 십 대 초반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웨스트라이프, 에이브릴 라빈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나는 빗자루를 기타 삼아 락스타가 된 모습을 상상했고 언젠가 에이브릴 라빈처럼 스케이트 보드를 타리라 다짐했다. 실제로 나는 대학 입학 후 락밴드 동아리에서 키보드와 보컬로 활동했고 크루저 보드도 탔다. 타다가 대자로 넘어져 바지와 다리가 찢어진 이후 더 이상 타지 않지만.


  또래들이 동방신기에 열광할 때 동생은 일본 음악에 심취해 하마사키 아유미나 아무로 나미에, 우타다 히카루, 나카시마 미카, 윈즈, 엠플로 등의 노래를 들었고,  나는 린킨 파크, 심플 플랜, 에반 에센스, 파라모어와 같은 당시 한창 인기 있었던 밴드부터 퀸과 데이비드 보위, 뉴오더, 비지스까지 섭렵했다. 나이 치고는 상당히 올드한 취향이었다. 우리는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세계를 넓혀갔다. 그즈음에 오아시스를 알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좋아한다. 그 뒤로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취향을 흡수했고 내 플레이리스트는 길어졌지만, 여전히 내 취향은 락이다. 그중에서도 브릿팝. 브릿팝의 감미(?) 로운 멜로디와 탬버린이 주는 상쾌함은 청명한 5월 집 앞 잔디밭에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아무튼 그래서 브릿팝의 성지인 런던에 가기로 했고, 사실 너무 바빠서 여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하나도 계획을 짜지 못했다. 그저 런던의 한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름 모를 밴드의 음악을 듣고 아침에는 숙소 근처에서 조깅을 하는 것뿐. 아, 클로티드 크림을 잔뜩 바른 스콘을 먹는 것도.


  특별한 여행에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곤 하는데 확실히 갔다 와서 음악을 들으면 그곳의 기억이 선명히 떠오른다. 미국 산타페에선 라나 델 레이의 Ride, 우울했던 베이징에선 슈베르트의 Impromptu No.3 in G flat major D.899/Op.90, 비 오던 따뜻한 겨울 보스턴에선 쇼스타코비치의 24 prelude and fuges op 87, 빛이 들기 시작하는 뉴욕 시내를 바라보며 제임스 모리슨의 Demon, 경주에선 로지 피피의 Early summer, 장마가 시작되던 촉촉한 제주에서는 O.O.O. 의 거짓말 등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어떤 음악이 기억에 남을까.




런던 여행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1. Definitely maybe / Oasis

2.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 Oasis

3. Tellin' stories / Charlatans UK

4. So Oh - Charlatans UK

5. There's no other way - Blur

6. Song 2 - Blur

7. Beautiful ones - Suede

8. Perfect Kiss - New order

9. Bizzarre Love Triangle - New order

10. Modern love - David Bowie

11. Rebel never gets old - David Bowie

12. Under pressure (Rah mix) - Queen

13. You win again - Bee Gees

14. Smack my bitch up - The progidy

15. Shake it out - Florence + the machine

16. Dog days are over - Florence + the machine

17. You've got the love - Florence + the machine

18. Rabbit heart - Florence + the machine

19. Don't wait - The duke spirit

20. Cherry tree - The duke spirit

21. Right here - James Morrison

22. Not letting go - Jess Glynne

23. Don't be so hard on yourself - Jess Glynne

24. Sing - Ed Sheeran

25. Me & You - HONNE

26. Bleeding Love - Leona Lewis

27. Me Too - Meghan Trainor

28. Coming up roses - Keira Knight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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