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소회

by Minnesota

2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로 그레이 아나토미를 봤다.


팟타이는 그저그런 맛이었고 시계에 눈을 돌리니 이미 3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마음이 다급했다. 왜냐하면 빨리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실에서 침실로 돌아와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주는 지난주 일요일 출근을 기점으로 시작했다.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끊임없이 이사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요구사항을 맞추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목요일이 되어서 팀장과 충돌이 있었고 6시가 넘은 그 시간, 팀장은 나를 붙들고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참을 이야기 했다.


우선 나는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을 짚을 수가 없었다.


1. 고치라고 했는데 안고쳤다고 한 사항은 팀장의 거짓말이다. 고치라고 한적이 없었다.

→ 나는 반박할 수 없다. 반박하면 내가 지시했다라고 큰 소리를 낼 사람이기 때문이다.

2. 회의록에 없는 말을 본인이 들었다며 계속 수정하라고 했다.

→ 처음엔 나도 회의록에 거짓말을 쓸 수가 없어서 그런 기록이 없다고 했으나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내가 이 사람이 하라는대로 하지 않으면 끝까지 컨펌이 안 날것 같아서 그래 네 말이 맞다라고 해주었다.

3. 일정 조율 관련 이메일을 목요일에 보내지말라고 했는데 예약메일로 걸어놓은게 나갔다.

→ 민감한 이슈인 부의안건을 거론하며 그게 안 들어가서 다행이라며 꾸중했는데, 나는 일정 조율 메일에

부의안건을 포함해본 일이 없다. 왜 내가 하지 않은 일을 들먹이면서 지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참을 나의 실수에 대해 지적하고 나는 공연장에 바로 가시지 않으면 잠깐 대화가 가능하시냐고 묻고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은 들어가자마자 감정이 북받쳐서 한참을 울음을 참았고 결론적으로 내가 꺼낸 이야기는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이야기가 맞지만 타 부서 사람들 다 듣게끔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안 하셨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자신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다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상대에게 모멸감을 준 건 문제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럴 의도가 없었으나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했으면 좋겠냐고 묻길래,

내가 팀장에게 하라마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늘과 같은 상황이 와선 안되겠으나 또 발생한다면 공개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이야기해주시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게 제 의견이다 라고 말했다.


대충 이런식의 대화가 흘렀고 팀장은 나가면서 몇달 같이 일하면서 알았을텐데,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걸? 이라고 말하며 웃더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 "그건 니 생각이지."


집 가는 길에 같은 팀 과장님과 맥주를 마시고 여의도에서 집까지 같이 걸어왔고 집에서 기다리는 남편이 해둔 밥을 먹었고 대화도 꽤 했으나 잠은 결국 잘 못 잤다. 2시경에 깨서 그 때부턴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내일 어떻게 일을 처리할지에 대해, 휴가를 어떻게 낼 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고 나는 모든 처리해야 할 사항을 이메일로 작성해서 보고했다. 나를 위해서 기록을 남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왠만하면 그렇게 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2시부터 휴가를, 다음주 월, 목요일 전일 휴가를 냈다.


오늘 퇴근하고 지하철에서 월요일 12시에 마사지를 예약했다. 마지막 예약이 9월이었으니 1달 반만이었다.


10월도 참 어려웠는데 11월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요새는 하루하루 넘기는 게 고비일 때가 참 많다.

다양한 변수로 가득 차 있고 숨 돌릴만하면 무언가가 터졌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나는 지금 내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중이다.

이 회사도 곧 있으면 입사한지 2주년이 되어 가고 대학원도 이번 학기를 마치면 1학기만 남은 상태이다.


11월에는 조금은 여유로울 것이라 믿었기에, 논문도 이번달부터 쓰겠단 생각으로 미뤄두었으나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보아하니 아주 잘못된 예상이었다.


이런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가, 오늘 집에와서 빨래를 돌리고 미리 시켜놓은 팟타이를 먹으면서도 빨리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단 생각 뿐이다.


사방이 어수선하단 생각이 들고 모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기가 쉽지가 않음을 매번 깨닫고 있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큰 탈 없이 매끄럽게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연말을 맞이하고 싶을뿐인데 그게 마치 도달할 수 없는 곳 같달까.


거창하게 말할 필요 없이 그냥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일하는 삶이 쉽지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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