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올해 1월 기다리던 결과를 받지못했을 때 이미 유리조각이 산산조각 나듯이 와장창 깨진 기분이었다.


배신감, 분노, 좌절, 무력감 등등.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어떻게 그걸 또 지나쳐왔을까 싶다.


무슨 그런 일로 그렇게까지 그래? 라고 하지만, 나는 진짜 살기가 싫었었다.


그만큼 너무 타격이 컸다. 아무도 이해 못해줄테지만 그냥 내가 그랬는데 어쩌겠는가.


1월 한달은 마음을 다시 다잡는데 다 썼다.


영화를 보러가도 도저히 마음이 잡히지 않는 날엔 그냥 검색해서 아무데나 예약을 하고선 철학원에도 갔었다.


여행도 다녀왔고 잊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2월을 지나 3월 봄이 되었고 그 때부턴 다시 대학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됐다.


수업을 대충 듣고 말아도 과제도 해야하고 논문도 써야했다.


논문 쓰는 과정도 나에게 있어 곤혹스러웠다. 지도교수님에게 지도라는 것을 받은 기억 없이 온전히 나 스스로 했다.


그러다가 막판에 정말 다행이도 박사생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마무리 지었고 이젠 심사만을 앞두고 있다.


그게 바로 이번주 수요일까지의 이야기다. 그 사이 일은 좀 더 안정화되었고 팀장님과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뿐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체력이 후달리기 시작하고 그 다음은? 이란 생각이 들면서 다시 1월의 그 지옥같은 시기로 돌아가게 된 계기가 생겼다.


최대한 차분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으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금요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무장해제가 된 것 같다.


오늘 나는 남편과 싸우고 혼자 마약 중독에 빠져 해독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영화가 슬퍼서가 아니라 그냥 눈물이 났다. 왜이렇게 사는게 다 고통일까 싶었다.


내 고통이 영화 속 주인공의 고통과 같은 크기라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왜이렇게 삶은 항상 고통의 연속일까 싶었다.


지금의 나는 내 회사가 참 좋다. 잠이 안 오면 더 일찍 회사에 출근할 정도로 회사가 좋다.


사람들도 좋다. 내 업무도 좋다. 그런데 내가 가장 갈구하고 원하는 한가지를 받기가 너무 어려워 보인다.


1월 이후로 그 원하는 것에 대한 언급을 아무에게도 잘 하지 않았다.


그냥 말을 안했다. 생각도 잘 안했다. 그러다가 벌써 5월이 되고 논문을 어느정도 마무리 시켜놓고 보니 다시 그것이 머리에 떠오른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 하나인데 그것 하나를 쥐기가 참 어렵다.


노력을 안하고 원하기만 했냐? 라고 물으면 당당하게 나는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나는 최선을 다해 원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도 멀게 느껴진다.


작년 7월부터 그걸 위해, 그것만 보고 달렸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얻지 못해서 나는 올해 1,2월을 슬퍼하며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고 나는 곧 대학원을 졸업한다.


그런데 여전히 내가 제일 원하는 그 것은 내 손에 쥐여질지 알수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서럽기도 하고 누구한테 속시원하게 말도 못하기 때문이다.


말을 해도 상대방은 내가 아니라 남이라 날 다 이해할 수가 없다.


원래도 눈이 부어있었는데 울어서 더 붓는 기분이다.


지겹고 힘들고 더 이상 견딜 힘이 거의 안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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