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바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창만 열어두고 쓰지 못했다.


이제 좀 진정이 되어서 글을 남긴다.


이번주는 분명 기분좋게 시작했던 것 같다.


업무적으로 성과가 있었고 논문을 심사에 올리냐 마냐로 조금 걱정을 했지만 그 또한 화요일을 기점으로 종료가 된 걱정이었다.


화요일에 퇴근 후 용인까지 가서 교수에게 심사에 올리겠단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인 수요일에 나는 편집과 제본을 업체에 맡겼다.


그 과정에서 업무도 순탄하게 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목요일부터 컨디션이 급격하게 하락했고 금요일까지 나는 그냥 인내했다.


당연히 회사에 안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러지못했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다.


평소처럼 남편이 깨워서 눈을 떴다. 대충 10시간 잤을 것이다.


9시 경에 산책을 나가기 위해 세수하러 화장실에 가서 내 얼굴을 봤는데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다. 눈은 퉁퉁 부어 가늘어지고 얼굴은 정말 보름달처럼 커다랐다.


선크림만 바르고 평소처럼 산책을 나갔다.

나가기 전에 원래는 어제 퇴근 시간 후에 남편에게 하려던 이번주 소회를 침대 위에서 이야기했다.


슬프게도, 내가 전한 힘들고 고된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에 남편은 눈치없게 반응을 했다.

그러다가 이러저러한 말이 오고갔고 결국 돌아오는 산책길에 나는 혼자 걸어 집에 왔다.


남편은 없어졌길래 화나서 또 안오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와서 샤워하는 중에 갑자기 집에 들어왔다.


나는 내가 하고싶은 말을 정리해서 샤워하고나서 남편에게 보낼 참이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와서 중간에 또 불필요한 말다툼을 했다. 정말 지치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러고서 나가버린 남편에게 내가 하고싶은 말을 메세지로 정리해서 보냈고,

그걸 보고선 집에 또 들어왔다.


왜 자꾸 들어오는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는 화해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싸우면서 하루를 날려버릴만큼 바보같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고 아마 오늘 하루는 나 혼자 이렇게 있게 될 예정이다.


분명히 이번 한 주의 시작이 좋았던 것 같은데

목금부턴 하릴없이 회사에서 시간만 보내느라 더 피곤했고 체력은 점점 더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클라이막스인 금요일 이후로는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왠걸, 이 사단이 난 것이다.


글쎄 나는 지금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본래의 나라면 어떻게든 빨리 화해를 하려고 했겠지만 지금 나는 정말로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전혀 그러고싶지 않은 상태이다.


정말 혼자 있고 싶다. 핸드폰 전원을 껐다.

가끔은 정말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내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갈수록 힘에 부쳐서 힘든 상태인 나인데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 없어 고독하다.


이럴 때 일수록 남편도, 친구도, 엄마도 아니라 나 혼자 견뎌내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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