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살이 되고 보니 내 삶에 남아있는 것들이 몇 안 된다.
이십대엔 혹시 몰라 남겨두었던 잔챙이 급 인맥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잔가지를 다 쳐내고 나니 남은건 정말 부모님, 남편, 내가 키우는 햄스터, 직장 동료(친한 사람 몇몇), 가끔 얘기하는 대학원 동기 몇명, 대학교 선배 몇몇 정도뿐.
인맥뿐 아니라 체력이 매우 줄었다.
외출은 왠만하면 오전 시간에 몰아둔다.
오후엔 힘이 더 줄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후에 남편과 게임 다섯판을 하고 기어이 다섯판 중 한판을 내가 이겨냈다.
그러고선 산책을 나갔다.
왜가리도 오랜만에 보고 딱따구리도 보았다.
그리고 르 클레지오의 <조서>에 나올법한
큰 쥐 사체도 봤다.
우리는 내내 그 사체에 대해 이야기했다.
색이 보라빛이 돌고 그 크기는 우리집 햄스터에 다섯배는 달했다. 꼬리도 무척 길었다.
체력이 줄어들어 힘든 나에게,
산책길은 혼자 나서기 쉽지 않아진지 오래다.
바로 몇년 전에 우리 둘은 속리산도 완등했는데
지금의 우리는 너무 늙었다.
하여간 돌아와서 오늘의 세번째 샤워를 했고
햄스터를 바라보고 이 글을 남긴다.
하루가 저물어간다.
날은 오전 대비 여전히 매우 덥지만 비가 오는 주말보다야 쨍쨍한 주말이 훨씬 낫다.
계속해서 간간히 회사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그뿐이다. 길게 하지 않는다.
장보고 돌아온 남편이 등장한다.
이만 글을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