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온다

by Minnesota

가을이 훅하고 다가왔다.


언제쯤 끝나냐 여름, 이 생각만하며 참다보니 가을을 맞이할 줄이야.


매번 있는 일이 매번 생경하게 느껴진다.


나는 수요일에 극한의 업무적 피로감과 회식에서 사랑니 발치로 인해 술을 먹지못한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있다보니 스트레스가 폭발을 한다.


목요일 오전에 나는 눈을 뜨자마자 회사가기싫어 병에 걸린걸 깨달았고 그날은 외근갔다 돌아오는 길에 비까지왔다.


택시 안에서 엄마에게 전화해 힘들다고 투정했으나 나를 낳고 기른 어머니는 역시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받아주길 거부한다.


이렇게 저렇게 외근을 마치고 쌀국수집에서 다시 또 한번 울고 사무실에서도 울고 하며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갑자기 8월 생일자 나오라고해서 생일축하 송과 함께 할리스 조각케익을 들고 자리에 앉아있게 됐고

집에 가는 길에 덜렁덜렁 그것을 가져와서 먹었다.


남편 말로는 어제 밤 8시부터 내가 잤다고 한다. 힘들땐 자는게 최고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고 아침부터 살짝 걱정은 됐으나 무난하게 오전시간에 근무를 성실히 하고

오후 반차였기에 나를 데리러온 남편 차를 타고 집에 갔다.


가는 길에 리나스 여의도점에 들러서 샌드위치와 콘스프를 샀다.

비싼만큼 맛은 있었다.


밥 먹고 곧 학위수여식을 하러 갔다.

집에서 가까워서 다행이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마지막 길이었다.


하여간 대여한 학위수여복을 입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서

다행이도 오늘처럼 맑은 가을 초입 날, 올해 중 가장 많은 사진을 건졌다.


입술이 화요일부터 부르터 있다.

윗 입술에 두군데 심한 포진이 생겼고 그래서 사진이 잘 안나올까봐 걱정됐으나

의외로 날씨 덕택인지 모르겠으나 사진이 아무렇게나 찍어도 꽤 잘나와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주변 지인들의 말을 듣고 학위수여식에 가길 참 잘했다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실 여기에 가기 위해 반차라는 것을 써야해서 고민을 꽤 했다.

그래도 와서 끝, 마무리, 라는 것을 하고보니 잘했단 생각이 든다.


남편이 준 커다란 꽃다발은 집에 돌아와서 포장지를 푸르고 꽃병 두개에 나누어서 꽂꽂이 해두었다.


학위기는 책상위에 잘 펼쳐두었고 찍은 사진은 엄마에게 공유했다.


이렇게 돌아돌아 결국 석사는 끝났다.

다음은 무엇일까?


나는 굉장히 오랜만에 나의 카카오톡 제1 프로필을 내 얼굴로 바꿨다.

회사 사람들이 보는 프로필이라 왠만하면 그냥 풍경 사진으로 해두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학사모 쓴 잘나온 내 사진으로 바꾸어 두었다.


오랜만에 딱 내 사진으로 해두어서 기분이 좋다.


항상 저자세로 나 자신을 감추느라 바쁘게 살아서

수요일, 목요일 처럼 현타가 올때가 자주있다.


이제는 오늘처럼 가끔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는 날만큼은 숨키지 않고 싶다.


좋은 날이다. 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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