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말이 참 많다. 글을 안 쓰는 동안에도 삶은 흘러간다.
오늘은 현충일이고 나는 집에 혼자 있다.
어제는 새벽 2시까지 남자친구가 느낀 서운함 때문에 싸웠고
새벽 2시까지 전화 통화로 싸웠다는 이유로 부모님과도 싸웠다.
그렇게 잠들고 일어나보니 몸이 물을 한껏 먹은 솜뭉치 같다.
나는 남자친구가 나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토로하는 것 자체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
그저 달래주고 얼러줄 뿐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사람에게 서운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나는 어버이날, 아버지 생신 때 해야할 모든 선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듯 말씀하시는 엄마가 이해가 안 간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라 말 한마디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말 한마디를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말하는 '연애를 하고 있는 느낌' 이란게 대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회사가 끝나면 끝나는대로 곧장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전화를 하고 집에와서도 통화를 한다.
주말 중 하루는 반드시 데이트를 한다. 내가 느끼기엔 충분히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그가 말하는 연애하는 기분이 들지 모르겠다.
영화 데몰리션을 봤다.
아내의 사랑에 무심했던 남자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 이후, 서서히 알아간다.
어쩌면 내가 남자 주인공과 비슷한 걸수도. 나도 남자친구를 아끼고 좋아하지만
나는 그가 나에게 대하는 것과는 달리 다소 무심한 게 사실이다.
그의 마음과 진정성을 당연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저, 이런게 나다.
'나는 눈 뜨자마자, 온종일 너를 생각해. 좋은 것도 생각하고 그 때 너가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했을까도
생각하고. 그냥 항상 생각해. 전날 통화를 잘 끝냈는지의 여부에 따라 다음날 내 일과가 달라져. 일을 더 잘하거나 못하거나. 등등'
나는 이 정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