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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Mar 27. 2023

고단한 내 인생

솔직히 너무 힘들다.

지난 몇주간 회사다니면서 눈치보면서, 철판깔고 필기 보고 면접 보고 할 때는 최대한 눈앞에 놓인 목표에만 집중해왔다. 오늘 모든 결과가 다 발표됐고 결론은 2곳 중 1곳은 합격, 나머지 1곳은 예비합격이다.


예비합격이 나온 곳이 딱히 아쉽지도 않다.

어차피 어딘가 하나만 붙으면 되기 때문이고 예비합격 나온 곳은 강남에 위치해서 위치가 마음이 안들었다.


내가 거쳐온 회사가 도대체 몇 개일까?

지금 이 회사는 결국 1달만에 퇴사할 예정이다.

삶이 너무 되다. 고되고 고단하다.


남편은 나에게 본인이 퇴물이 된 것 같다고 한다.

곧 40살이 될 예정인 남편은 살이 많이 쪘고 허리 통증이 심하고 농구팀에 끼겠다고 일요일 새벽에 3번을 나가서 플레이했지만 결론적으로 팀에 합류하기 어렵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불쌍하다.


그저 좋아하는 거라곤 농구인데, 그 마저도 저 사람을 포용해주기가 어렵나보다.

그런데 나는?

나는 좋아하는 것 조차도 없다.


퇴사하고 5주만에 합격한 현 회사는 솔직히 정치색이 너무 뚜렷하고 그 결이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뽑은건지 정말 의문스럽고 이제 나는 그 물음을 놓아주기로 했다.

누가봐도 나는 그런 정치색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하루종일 합격 통보 받은 회사에 보낼 서류를 준비하느라 아등바등 애썼다.

언제나 애쓰는 내 모습이 가여운건 오직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일 것이다.

하나뿐인 남편도 가여워하는건 자기 자신뿐일테니까.


하루종일 밥도 못챙겨먹었다. 서글프다.

시어머니가 준 치킨 15000원 쿠폰 써보겠다고 애썼으나 그것조차 결국 실패다.

그냥 제돈 주고 다른데서 치킨에 피자를 시켰더니 글쎄 그것도 90분 후 도착이란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그리고 나는 사실 월말까지 현 회사에 나가고싶지도 않다.

이미 끝난 관계인데 계속 얼굴을 봐야하는 것처럼 불편하기만 하다.

고작 1달간 이어진 관계였지만 이미 나는 상대에게 헤어짐을 통보한것이다. 오늘부로.

뭘 더 서로 기대할 수가 없는 아무 의미 없는 나날만 남아있다.


자유롭고 싶다.

배고프면 내가 알아서 챙겨 먹고, 안 배고프면 말아버리고.

걷고 싶으면 나가서 걷고. 그러고싶다.

출근일자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제발 혼자 조금만이라도 쉬고싶다.


합격을 했는데 기분이 좋지가 않고 진이 다 빠졌다.

물론 2곳 다 탈락했으면 최악 중의 최악이었을 것이다.

그건 상상도 하기 두렵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몸살에 안 걸린게 신기할 정도다.

3월 한달간 출장, 행사 등등 그리고 2곳의 필기시험과 면접.


남은 4일간의 회사생활.

내일부터는 인수인계 준비를 할 참이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해 신경써야하고 해내야만한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쉬고 싶은데 그런 순간이 나에게 와주질 않는다.


필기와 면접을 몇 주간 진행하면서 나는 빌었다.

나에게 최선의 결과를 달라고.


지금 이 소식이, 이 결과가 나에게 최선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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