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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Mar 19. 2024

의문

혹시 이게 바로 미치는 과정인걸까?

퇴근 후 조계사 유튜브 채널로 며칠전 올라온 생방송 영상을 틀어두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법문 외는 소리를 퇴근 후 못해도 40분 정도 들었다.

중간에 강아지가 방해해도 문을 닫고 들었다.

일어나서 출근길에 또 다른 생방송 녹화본을 듣고 있다.

역시 무슨 말인지 알수는 없다. 아니다, 출근 준비때부터 틀고있었다.


아마 29살, 그러니까 5년 전부터 만조상해원경을 듣기 시작했다.

귀신 쫓는 법문이라고 들었고 당시 내 주위에 보이지않는 귀신이 있다고 믿을 정도로 모든 일이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삶의 모든게 날 농락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만조상해원경을 시시때때로 들어서 귀신을 쫓아내고 싶었다.


작년 12월 잠시 조계종 관련 회사에서 매일 아침 8:50에 아침 조회를 하며 반야심경을 외우고 부처님께 귀의하겠다 말했다. 새벽예불도 드려보고 살이 쪄 뚱뚱한 몸으로 절도 자주 했다. 아빠다리를 하는게 살이 찌니 부쩍 힘들게 느껴졌고 당연히 절을 하면 무릎도 아팠다. 이전부터 나는 주말마다 이곳저곳 절을 찾아다녔다. 22~23년 내내 절을 찾아다니더니 결국 회사도 불교 쪽으로 입사하게된게 나는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소름 돋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곳의 얼토당토않은 연봉과 무수한 비합리성으로 인해 지금은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 1달반이지만 여전히 나는 법문을 듣고 위안을 찾아 헤맨다. 이게 바로 미치는 과정일까 싶다.

전날 대비 한번도 안깨고 푹잤지만 더 자고싶었다. 영원히 잠들고싶었다.

아무도 이해해줄수없다. 부모와는 진즉에 연을 끊다시피 대화를 하지 않는다.

남편과도 공유하지 못하는 생각이 많다. 피상적인 대화뿐이다.

카톡으로 이어지는 지인과의 대화는 채움은 없다.


나는 우울증도 아니며 공황발작이니 뭐니 하는 정신 질환이 없는 정상인이다.

다만, 사는게 싫을뿐이다. 사람이 싫다.

나에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길 바랄뿐이다.

나도 조용피 피해를 끼치지 않을테니.


지금 다니는 곳을 다니며 이미 1번의 면접 및 필기시험을 본 상태다.

이번주 금요일엔 2차 최종면접이 남아있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쳐박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개처럼 즐기고 소처럼 충실하라는데 개처럼 즐길게 보이지 않고 소처럼 충실할 것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나는 지금 미쳐가는 중이  아닐까 싶다.


지하철에 마주치는 수많은 이름 모를 이들을 피해 내 눈은 허공을 바라본다.

그러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는 사내들을 보면 그들이 왜 나를 보는지 세월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헤아린다.

역겨워서 쳐다보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하며 옷으로 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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