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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May 08. 2024

무제

정확히 3일간 흐리고 비오는 날씨가 지속됐다.

연휴의 시작일이었던 토요일에 나는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자 개 산책도 하고 북악산까지 가서 등산도 짧게나마 했다. 그야말로 즐거운 시간을 꽤나 보냈던 기억이다. 남편과 라멘을 먹고 바로 앞에 운치있는 까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도 마셨으니 사실상 최고의 하루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5월이라는 사실을 비웃듯이 퍼붓기 시작해서 그 월요일, 그리고 어제까지도 지속됐다. 비가 오기 시작한 토요일부터 난 기분이 다운됐다. 단순 우울감이라기엔 그 동안 쌓아둔 홧병의 재가 휘날리는 정도의 우울이었다. 


오늘은 잠을 푹 잘잤다. 그 이유가 참 우습지만 써보자면 월요일에 대낮부터 술을 거나하게 마셨고 몸은 당연히 이겨내질 못했고 남편과 싸웠으며 잠도 못잤고 다음날에도 온몸이 쑤셨다. 그렇게 하루를 통째로 날리고 나니 잠을 푹 잤던 것이다. 게다가 어제는 속이 안좋아서 커피 한잔도 제대로 못 마셨다. 그랬더니 새벽 5시까지 단 한번도 깨지 않고 잘 잤다. 


커피를 안 마시니 그렇게 잠을 잘 잔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도 나는 일어나자마자 디카페인 캡슐로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개 산책을 시키는 중에 아아를 한 잔 더 마신다.

그래도 날이 개서 참 다행이다. 나는 비가 그렇게 연속으로 오면 도대체가 어떤 일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닐땐 그렇게 연속으로 비가 내리면 죽고싶단 생각뿐이었다.


어제는 남편이 퇴근길에 꽃 한다발을 사다줬다. 10000원을 받았다는데 호구짓한건가 싶다.

그래도 집에 있는 꽃병 두개에 나눠 꽂아 두었다. 하나는 식탁에 하나는 서재 책상에 올려두었다.

이렇게라도 즐거움을 키워나가는 나라는 사람은 아직은 그래도 의지가 있어 보인다. 살아갈 의지.


내일은 비대면 면접 1개가 잡혀있다. 비대면 면접은 해본 적이 없다.

대학원 강의를 들을 때 설치했던 데스크탑 카메라를 찾아내야한다.

하여간 내일은 면접 1개가 있다. 이 글을 마치고 그 면접을 준비할 참이다.


고양이를 봤다. 꽤나 두텁게 살이 쪄보였다.

순간 생각했다.

개말고 고양이를 데리고 왔어야 하나. 그 유기견센터에 고양이도 있었는데.


내 옆에 개는 고양이한테 전혀 관심이 없다.

이 개는 다른 개, 고양이, 집에 있는 또다른 생명체인 햄스터한테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본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인간에게만 안긴다.


고양이는 당연히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슬금슬금 멀어졌다.

고양이란 존재는 어쩌면 나보다도 더 누가 본인을 건드리는걸 싫어하는 생명체가 아닐까.

아니면 그것조차 내 착각일지 모른다.


잠을 잘 자니 이렇게나 개운하구나 싶다.

잠을 잘 못자면 그날 밤부터 다음 날까지 힘에 겨운 하루를 보내야한다.


내일말고 다음주 월요일에도 면접 1곳이 잡혀있다.

얼른 준비를 해야한다. 마음만 바쁘다.

5월의 1주일이 벌써 끝나버렸다. 이제 벌써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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