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혼자 산책을 갈까 고민을 많이했다.
아침에 만나자마자 계속 오줌을 싸대는 개를 데리고 가야만 하는가 짧은 순간 고민했다.
그렇지만 이 어두컴컴한 집에 홀로 남겨두긴 내가 충분히 매정하지 못해서 결국 데리고 다녀왔다.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 좀 해보려고 하면 자길 두고 어디 가냐고 컹컹 짖어대는 개다.
내가 가자는 방향으로 안가고 버팅기길래 줄을 놔버렸더니 쫄래쫄래 좇아온다.
내가 뛰어가면 본인도 뛰어서 나를 따라온다. 질긴 인연이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나는 내 부모와 연락을 안한지 꽤 오래됐다.
그나마 연락하던 엄마도 작년 10월경부터 끊었다.
본인이 먼저 내가 늘어놓는 말들을 듣기 싫다고 거부했고 나는 모든 인연에 대해 그렇게 질척거리는 스타일이 아닌터라 그 제안을 수락했을뿐이다. 당연히 연락하지 않고 있다.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엄마와의 관계는 매일매일이 지독한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 집을 벗어나고싶단 생각뿐이었다. 누군가의 눈엔 안락해보였겠지만 지독한 사이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그렇게 벗어나서 결혼 후에 간간히 연락을 했지만 중간중간 연락을 끊어내는 텀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지만 또 다시 연락을 재개하기도 했고 그걸 반복하다보니 이번에도 엄마는 본인이 원하는 때에 내가 연락할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착각이다. 나는 더 이상은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을 예정이다.
며칠 전에 내 아이폰의 모든 기록이 다 날아갔다. 비밀번호를 여러번 틀려서 그렇게 된 것이다.
어제 저녁 8시에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였다.
아마도 안부 전화를 건 내 남편에게 나에 대해 서운하다 이야길 해놓은 터라 내가 받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그 또한 착각이다. 본인이 낳은 자식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그리고 영원히 잘 모르는 사람이다.
엄마와의 관계는 어쩌면 내가 적극적으로 애를 가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일것이다.
본인만의 요상한 기준에 맞추어서 나를 옭아맸고 같이 사는 기간 내내 부담스러웠고 힘들었던 관계다.
내 남편에게 나는 항상 말한다. 내 가족은 너랑 이 개랑 그리고 햄스터뿐이라고.
작년 10월에 나는 꽤나 힘들어했다. 당연히 회사로 힘들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듣기 싫다고 먼저 해놓고 이제와서 연락 안받는 나보고 서운하다고 하는 그 태도 자체가 몰상식하고 어린애 같달까. 나는 부처님도 아니고 하나님도 아니고 일개 인간이다. 더 이상은 어렵다.
아이폰 기록이 모두 사라져서 모든 차단이 해제된 듯 하다.
익숙한 번호를 다시 block 처리했다.
더 이상 덕지덕지 끊어진 관계를 이어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버려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