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학교

by Minnesota

2주 전 엠티~1주 전 공휴일 총 2주간 학교에 안 갔다.

휴강을 하냐 마냐 말이 많았던 지난주 학교 휴강 확정으로 인해 나는 상심이 컸다.

집에 있으면 처지고 괜한 생각하고 더 많이 먹기만 하는 나로서는 상심이 클 수 밖에.


어제는 드디어 학교에 갔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수업을 하루종일 들었던터라 피곤하긴 했지만, 동기들이랑 1시간가량 떠들고 밥먹고 카페가는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즐겁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수업을 듣고 교수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지혜를 전수받는 일이라는게 나라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큰 자양분이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학업에 열중했을때 회사에서도 열의를 갖고 일을 하게 된다.

그랬기에 23년~24년은 나에게 암흑기나 다름없었다.

22년 8월에 석사를 졸업하고 23년 1월 퇴사를 한 채 2년간 나는 방황했다.


그리고 25년 3월부터 다니게 된 학교는 나에게 있어서 잃을 수 없는 소중한 보석이다.

그리고 내 인생의 유일무이한 희망이다.


회사생활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기 시작한 15년 4월부터, 아니다. 사실은 2014년 상반기 인턴 생활부터 나는 길을 잃었고 방황을 했고 매일 고통이었다.


아무리 부모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도 소용은 없었다.

회사를 다니는 중간에 간혹 학부 교수님을 찾아뵜지만 그 또한 소용이 없었다.

방황하던 나에게 돌아온 것은 이미 회사에서 나오는 돈을 맛보았기에 가난하고 지난한 학자의 글을 걷기엔 늦었단 교수님의 냉정한 피드백뿐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방황, 쓸데없이 써버린 돈, 술 먹고 토하는 나날, 부질없는 연애에 온 인생을 허비하고 맞이한 30대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30살에 결혼을 했고 다행이도 결혼 후엔 부질없는 연애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방황을 한 채 여기까지 왔다.

회사생활을 꾸역꾸역했고 코로나19 시기에 석사를 했기에 만족도는 매우 떨어졌다.

교수와의 관계를 형성하기엔 나라는 인간이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 형편없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지금,

나는 이제서야 교수님이 하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됐다.

쉽게 말해 늙은 것이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많이 되바라진 아이, 성인이였다.

사실 성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게 그 시기에 나는 부모님에게 의지했고 부질없는 연애 상대에게 의지했고 나 자신에게 의지하기가 어려운 어린 애새끼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 못했고 옹졸했고 아집에 가득차 있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옹졸하고 아집이 남아있지만 누군가의 말을 듣게 되었다.


어제 교수님과의 20분 남짓한 면담을 통해 또 한번 교수님의 은혜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사실 2~3월초까지 학교에 대해 불신했다.

이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고 내 인생이 바뀔까?

박사를 해봤자 뭐할까.


그런데 다 틀렸다.

이미 내 인생은 바뀌고 있고 '은사'라고 부를 수 있는 스승을 만나게 됐고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동기들을 만났으며 그들에게 배울점이 많아 행복하다.


그렇다. 나는 요새 행복하다.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교라는 울타리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매주 한번은 만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눌 동기가 생겼으며 소중하고 소중한 은사님을 만나게됐다.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들으러 가서 마주하는 모든 환경이 나라는 인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30대에 접어든 기혼녀는 삶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쳇바퀴에 안주하게 된다.

그런 나에게 학교가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


4월부터 소논문을 썼다.

그 과정에서 교수님 피드백을 받아왔다.

그러면서 교수님에 대해 알아가게 됐다.


그리고 감사함을 가졌고 내 인생의 변화의 시점이 지금 도래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을 마주한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비난하고 비판하지 않는 교수님을 알게 됐다.

그만한 복이 또 있을까?


작년 내내 나는 왜 이렇게 모든게 안 될까? 라고 한탄했고 마지막에는 모든것을 놓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년 10월 경이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나인데 몇 개월만에 더 이상 우울하지 않고 매일 현재에 집중한 채 살아간다.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과제가 있고 수업이 있는 것에 감사한다.

작지만 내 공간이 있는 회사 사무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결론은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한 것이다.


아침에 어떤 여성 유튜버가 하는 말이 "어쨌든 중요한건, 내 자신이 지금 행복하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행복한가?

다행이도 지금은 행복하다.


이제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조금은 기댈 수 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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