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에서 할게 아무것도 없었다.
털탈 털어 보고를 마치고 13시에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 남은 반차를 쓰고 광화문 시네큐브다.
밥먹고 너무 졸려서 사 마신 아아는 이미 다 사라진지 오래다. 일요일에 세시간을 바쳐서 본 미션 임파서블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고, 오늘 보는 홍상수 신작은 제발 조금의 희망이라도 주길 바랄뿐이다.
평생을 불안과 함께 한다.
어디서 들었는데 불안하지 않으려면 죽어야한단다.
죽는게 내맘대로 되는건 아닌지라, 계속 불안과 함께 하는 나날이다.
돌이켜보면 4월부터 굉장히 빡세게 달려왔고 5월은 눈깜짝할 새 다 끝나간다. 이번주 금요일에 나는 이 회스에서 7번째 월급을 받게된다. 그건 곧 5번 월급을 더 받으면 1년을 채운다는 의미이다.
오늘은 아예 훌쩍 떠나고 싶었다.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사무실도 싫었고,
조용하고 아무도 날 모르는 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었다.
항상 귀에 꽂는 에어팟도 빼놓은 상태다.
시네큐브는 조용하다 충분히.
세시 영화라 약 50분간 영화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는 중이다.
내 앞엔 내가 좋아하는 류의 예술영화 특징이 두드러지는 감각적인 포스터가 붙여져있다. 매표소에 일하는 직원 두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앉아있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일하면 어떨까?
잠시 상상한다.
배가 고프다.
계란 흰자 두개랑 사과 한개, 두유 하나는 역시 나에겐 많이 부족하다. 영화를 보고 집에 가서 뭘 먹을지 벌써부터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