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대략 6시반에 눈을 떴다. 개가 보채서 산책을 나섰다.

나는 안가도 되는데 이미 눈뜬지 1시간이 흘렀고 누워있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을걸 알아서 나갔다.

엘레베이터 속 내 얼굴은 초상집에서 3일간 잠을 못 잔 얼굴이다.

그 얼굴처럼 몸은 온통 쑤시고, 어제 하루를 회사에서 온전히 버틴 내가 기특하다.


오늘은 새학기 개강일이다.

어제 저녁 7시경에 동기 중 한명의 연락이 왔다.

단톡방에서 갑자기 말이 없어진 동기였다. 역시나. 이번학기는 휴학이라고 한다.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캐묻지 않는다.

사람 사는 일에 참 많은 일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니, 그냥 그러려니하면서 아쉬움을 피력한다.


원래 사마시는 더벤티는 문을 열지 않아서 집 근처로 올라와 커피를 샀다.

그 곳은 평일에도 문전성시다. 아저씨들이 바글바글한데, 어제 출근길엔 야외 자리까지 꽉찼다.

그 아저씨들은 아침 시간을 꽤나 여유롭게 행복하게 보내는 중이었고 나는 또 나 자신과 비교했다.

숙취에 쩔어 타이레놀까지 먹고 도살장 끌려가듯이 회사에 가는 내 모습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집의 모든 게 맘에 안 든다.

집에 들어오면 나 이전에 살던 사람들의 냄새가 느껴진다.

특히 오늘 아침처럼 비가 오면 유달리 그 냄새가 잘 느껴진다.


나는 며칠 전 폭발했다. 술을 통해 속에 쌓인 화가 또 터진 것이다.

남편 말론 2년간 잠잠하다가 또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런가보다 한다.


생각해보니 23년 1월에 온갖 술을 다 섞어먹고 침대 위에서 다 토해내서 매트리스 청소 업체를 불렀던 기억이다. 그때도 굉장히 힘들었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23년 내내 힘들었고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5시에 퇴근하면 맨날 여의도 공원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걸어오면서 마셨다. 그게 내가 할 수있는 유일한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였지만 사실은 스트레스가 풀리는게 아니라 아주 단기적으로 잠재우는 방식일 뿐이었다.


어제는 다른 팀 팀장과의 1시간 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내 현실이 매우 노답이라고 한 줄 평을 했는데, 사실 나도 그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내 현실이라 함은 회사에서의 상황을 의미한다.


그렇게 원했던 학술지 게재 승인 소식에도, 내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매일 땀을 줄줄 흘리면서 출퇴근을 하고 매일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내 땀에 절여 있다.

하루종일 씻기만 하는 기분이랄까.


학교 가는 날은 거의 90% 이상은 비가 온다.

지난 학기 내내 그랬고 이번 학기도 역시나 첫날부터 비가 온다.

집은 에어컨을 켜도 습기가 한 가득이다.


비밀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98에서 95로 줄었다.

아무래도 초기보다 내가 올리는 영상이 그다지 불행해보이지 않아서일까?

내가 작년처럼 계속 이직을 하거나 그 외 불행 포르노를 찍어 올리지 않아서일까?

알 수는 없다.


학교는 13시까지만 가면 된다.

어떤 날이 될까.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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