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획하지 않은 채로 연차를 내게 됐다.
여차저차해서 그렇게 되었고 그것을 구구절절 여기에 쓰자니 너무 짜쳐서 안 쓰고자 한다.
계속 잠에서 깼다가 선잠이 들었다가 반복했다.
전날 퇴근 시간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집에 왔고 오자마자 타이레놀을 삼켰다.
9시경에 일어나 씻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병원 투어를 다녀왔다.
우선은 매일 한 알씩 먹는 묘기증 약을 타왔고, 같은 건물에 있는 내과에 갔더니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배를 이곳저곳 찔러보더니 초음파랑 내시경을 해야한단다.
다 좋은데, 가격이 얼마냐 물으니 17만원이라고 해서 사색이 되었고.
꼭 다 해야하냐 물어보니, 너가 2주전부터 위경련 겪고 계속 아픈거면 니 몸이 중요한게 아니니? 라고 되물었고 의사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기에 갑자기 옷을 갈아입고 초음파를 진행했다.
초음파를 진행하는 여의사는 하던 중에 딸인지 아들인지 자식의 전화를 받았다. 다행이 금방 끊고, 다시 내 배를 꾹꾹 눌러댔다.
얼떨결에 진행한 초음파였고 나는 이미 아침에 물, 홍삼, 커피, 두유까지 다양하게 섭취했기에 내시경은 나중에 하겠다고 재차 이야기했다. 다행이도 그렇게 미뤄졌고 혈액검사도 무섭다며 미뤘다.
얼떨결에 한 초음파 상으로 나는 약간의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다시 한번 사색이 되었는데 이정도 지방간은 의사인 본인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 쓸개, 췌장, 자궁 다 깨끗한데 다만 난소에 물혹이 있다고 한다. 세번째 사색이 되었는데 그 물혹 또한 큰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한다.
그렇게 4일치 약을 타고 갑자기 약값과 진료비로 총 10만원을 내버렸고 집에 왔다.
여전히 머리가 아팠고 빈속에 먹어도 된다는 위 약을 털어 먹었다.
내가 버는 돈은 콧방귀를 뀔만한 수준의 돈이다. 그 돈을 벌기위해 이렇게나 고통을 겪으면서 난소에 물혹이 생기고 위에 궤양인지 뭔지가 생기면서 회사를 다닌다.
그런데 오늘 병원 투어 두 곳을 하고 나가는 돈의 액수를 보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가 회사에 나가서 그 콧방귀를 뀔만한 수준의 돈을 안받으면, 나는 무슨 돈으로 아플때 병원에 갈까 싶어서 허탈하다.
곧 있으면 모아둔 모든 돈을 집에 내야하고, 그것으로 한참 모자라서 대출금을 영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내가 위경련이 나서, 매일 두통에 시달려서, 매일 삭신이 온통 두들겨 맞은것처럼 쑤셔서 이 회사를 나와 콧방귀를 뀔 수준의 돈을 안받자니 그 마저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9시부터 11시반까지 곯아떨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새벽 2시까지 남편을 괴롭혔다.
남편은 새벽녘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개의 방안을 설명해줬다.
왜냐하면 이 상황은 그가 작년 여름에 겪었던 상황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다녀온 나는 집 앞 도서관을 갈까하다가 오랜만에 집 서재에 다시 앉았다.
바로 10월까지 매일 이 자리에 앉아 논문을 썼었는데 그게 너무 예전일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 또 산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내 머리와 어깨를 짖누르는 중이다.
부풀어오른 딱딱한 윗배는 자꾸 아프다.
정말 심각한 상태일까봐 두렵다.
돈 들어가는것도 무섭고, 큰 병일까봐 무섭다.
내일이면 나는 다시 또 도살장에 끌려가서 그곳에서 나를 음해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남편은 그렇게 1달 가량 버텨서 지난해 여름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다.
나도 그걸 하던가, 아니면 사직서를 쓰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1월 5일에 그런 일이 있었고 생각해보니 신한은행 앱으로 본 올해의 운세에서 1월 5일부터 2월 초까지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게 떠올랐다. 맹신하는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믿을 만한게 아닌가 싶다.
계속 머리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