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눈을 뜨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오랜만에 페이스북 notification을 확인했더니 교수님의 포스팅이 올라왔다.

바쁘게 잘 지내시는 듯 하다. 내가 교수님께 연락을 안드린지는 꽤나 오래됬던 것 같다. 12월 셋째주 쯤 마지막 연락 이후로, 1월 초에 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새해 인사를 제외하곤 논문 주제나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연락하고 있지 않다.


연락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으나 나도 교수님과의 갑을 관계에 너무 지쳐버린 것 같아서 조금 시간을 두고싶은것일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종강과 함께 3주간 임장, 계약서 쓰기 등의 중요한 것들이 걸려 있었고 또 그 사이 퇴사를 했기에 정신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작년 한해, 하반기에는 특히 더 자주 교수님을 만나 뵜었다. 아직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교수님이 잘 지내시는지 궁금은 했었다. 물론 내가 걱정을 하든 안 하든 당연히 잘 지내실 분이라는 것 쯤은 잘 안다.


12월 중순에 재투고 한 논문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아마도 심사 중이리라 예측만 한다. 그리고 나 또한 학회에 status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있다. 잠자코 있으련다. 재촉해서 무슨 소용이며, 그런다고 안 될게 되는 일은 잘 없다.


어제는 퇴사한지 1주일만에 면접을 본 날이다.

글쎄 그곳에서는 내가 재직중인 것으로 알고 있던 것 같다.

여러모로 나에게 묻는 질문보다는 본인의 생각을 나에게 말하고 확인하는 형태의 1:1 면접이었다.

광화문 중심의 14층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는 일은 처음해보는 일이다.

광화문에서 인턴, 그 외의 회사 2곳을 꽤나 오래 다녔던 사람인데도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일은 잘 해본 적이 없었던 일이다.


면접은 30분 정도였고 면접 전에 은행 2군데를 들려서 드디어 IRP를 해지했다.

고등학교 때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던 적이 있는데 꼭 그만치 거슬렸다. IRP라는 것이.

내 돈인데 해지를 하기가 어렵고 해지했을 때 도대체 돈을 얼마 받을지도 알 수가 없느 것이기에 거슬렸다.

전 회사 근처에서 상담받을 때 분명히 13일 이후에 은행을 가야만 해지가능하단 답변을 받았기에 갔었고, 결국 면접 30분 전까지 나는 은행에 있었다.


모든게 원하는대로 됐기에 해피엔딩이다.

오늘 해지된 금액은 입금될 예정이다. 내가 IRP에 입금한 금액(회사 퇴직금 포함)은 총 3600만원 정도인데,

실제로 오늘 입금될 금액은 4100만원이니, 약 500만원은 이익을 낸 것이다.

이건 이거대로 IRP만의 장점이라고 본다.


면접을 봤던 대표님도 두런두런 솔직하게 이야기하셨던게 생각난다.

짧은 경력이 많다하더라도 이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서 그런것이라 생각한다며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셨다. 또한 한길을 쭉 파면서 석사, 박사 밟은것만 봐도 심지가 있는 사람같다는 좋은 말씀도 해주셨다.


사실 요 근래 나는 누군가한테 좋은말을 들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매번 교수님을 뵈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지적을 당했고(이것은 대부분의 석박사 생이라면 비슷할 듯),

회사는 잘하면 본전 찾는 것이라 칭찬에 대해 기대도 없었다.


면접자리는 사실상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대기업에 다녀본 적도 없고 계속 내 사업만 한 사람이다. 들은바로는 보통 면접에 오면 한계치에 다다르는 질문을 해서 사람을 코너에 몰고 가는 식으로 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이 한계치를 경험하게하는 일도 아닌데, 그런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질문을 해서 답을 들어야만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의 그 분의 말씀에 백번 동의한다. 사실 30분간 좋은 말씀을 잘 들었다고 생각한다.

담백한 그 분의 말을 경청해서 듣고 나왔는데 여러가지로 그 사람의 성정에 대해 나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말에서 대번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오게 된다.


사실 따지고보면 2017년도에 만든 IRP는 당시 내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회사 근처 주거래 은행에 가서 다짜고짜 물어보고 만든 계좌였다. 그리고 17년도부터 지금까지 약 10년간 단 한번도 그 계좌를 깨거나, 중도 인출하거나 해본적이 없다. 알아서 투자해주는 계좌였기에 500만원 정도의 이익이라도 낸게 아닐까 싶다.


5번의 방문, 3개의 지점을 거쳐 결국 광화문, 그러니까 시작 지점에서 다시 끝을 만났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은행에서 꺼려하는 IRP 해지를 결국은 만들었던 곳에서 한 것이다. 게다가 걱정한 것보다 금액이 적지는 않은 것도 신기하다.


벌써 1월의 보름이다. 내일이면 15일이니까.

평온한 나날이 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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