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설가의 삶

by Minnesota

** 아래 글은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가상의 세계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


매일같이 11시에 눈 뜨는 나날이다. 본래라면 늦어도 10시엔 일어나고 보통은 9시경에 눈 뜬다.

9시간 근무를 하고나면 바로 다음날 오후 네시 경 10만7천원이 찍힌다. 할 때 특별한 자괴감을 느끼진 않는다. 거창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계속 긴급이라고 뜨는 PDA만 챙기기도 바쁘다. 그리고 반복작업인지라 하다보면 익숙해지는게 약간의 쾌감을 준다. 그렇게 하다보면 4시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향한다. 바로 출구.


나는 롯데몰, 서울에서 제일 높다는 곳의 가장 높은 층에 있는 VVVIP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회의를 해본 경험이 2, 3번 있다. 그런 내가 쿠팡에서 카트를 끌고 생리대와 컵라면을 들어 올린다. 그렇게나 많은 신라면 컵라면을 다 누가 먹을까? 컵라면 포장지의 케데헌 캐릭터가 너무 싫었다.


수요일에는 근무 중에 생리가 시작됐다. 어쩌면 저녁시간에 남편에게 승질을 부린 이유가 생리로 인한 호르몬이 원인이겠다 싶었다. 하여간 나는 그많은 생리대를 옮겨담으면서 나도 근무 끝나고 집에 가서 생리대를 주문해야겠단 생각을 한다. 다녀오면 집에서 인생을 회고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떨 여유는 전혀 없다.

머리로는 배가 고프니까 뭘 먹어야하겠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파스타 면을 삶다가 팬을 다 태워먹을 정도로 정신이 나가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날 번돈으로 다음날 한끼를 쿠팡이츠로 시켜먹는다. 쿠팡의 완전한 노예가 되는 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며 스스로 자괴감이 들겠거니 상상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그런 허망한 생각에 빠지지 않는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다.


근무 시간에 핸드폰은 사물함에 넣는다. 9시간 또는 8시간(휴게시간을 빼면) 동안은 디지털 디톡스를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다. 쓸데 없이 핸드폰 스크롤을 내릴 필요가 없다. 그 다음날도 자느라 삭제되기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든다.


나는 특히나 그곳에서 주는 식권을 쓸 일이 없다. 저녁 10시에 한식을 먹는 일은 나란 사람에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집을 나서기 전, 그러니까 오후 4시~4시30분의 식사가 그날의 마지막 식사인 것이다. 노동은 운동이 되는지 안되는지까진 잘 모르겠으나 물건을 옮겨담고 계속 걸어다는 게 집에서 누워있는 것보단 훨씬 '움직임'이란 개념에 해당한다. 대신 근무 다음 날은 걸음 수가 1000도 못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주2회를 하고오면 일주일의 반 이상이 끝나 있고 오늘은 금요일이다.

토요일인 내일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다. 읽고 쓰는 삶.

소설가인 나에겐 막노동을 하는게 일종의 경험이고 자산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반복 단순 노동에 나가서 일하고 다음 날을 삭제하는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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