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새도록 남편이랑 말싸움이 이어졌다. 나는 어제 3개월만에 이직 합격을 했고 내가 극구 사오지말라고해도, 축하의 의미로 미니 케익까지 사온 남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상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이 어렵겠다고 딱 잘라 말한 상황인지라 남편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듯하다.
남편은 내가 결혼하고나서 석사를 따고 지금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것에 대해 '너는 꿈을 좇고 있는게 아니냐. 나는 뭐냐. 나한텐 남는게 뭐냐.'라고 물었고, 사실 틀린말은 아니었다. 물론 박사과정 진학까지 수도없이 많은 시간을 남편과 같이 고민하고 협의하여 결정한 사항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나 자신의 삶의 방향과 목표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남편의 입장에선 회사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집에 와서도 전세집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온것 같다. 그런데 내 입장에선 나의 꿈은 비현실적인 것에서 이미 벗어난지 오래다. 어쩌면 내 꿈은 연봉도, 직급도 올려서 합격한 이번 회사에서 가능한 5년 이상은 재직하는게 되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지만 이것은 석사 과정과 동일하게 내 인생의 엄청난 좌표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저 시작을 해버렸고, 비용을 최소화해서 얼른 졸업하는게 나에게 나은 길이기에 이 와중에 휴학 없이 3학기를 다니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지금의 전세집으로 이사했을 때 이미 전 회사를 퇴사한 상태였다. 그대로 5월 한달간 면접을 보다가 합격해서 6월 10일자에 입사한 그곳을 또 3개월만에 나왔고 다시 1달만에 새로운 곳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10개월을 다니고 작년 10월 한달을 박사과정 수업을 들으며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11월 10일에 입사한 곳은 2개월 다니고 나온다.
이 많은 우여곡절을 견뎌내고 이겨내서 3개월만에 다시 이직하게 된 것이고 나는 남은 며칠간은 아무것도 걱정하고 싶지 않은 상태다. 그저 강아지랑 햇살을 쬐면서 산책이나 다닐 생각이다. 먹고 싶은게 생기면 먹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면 안하고싶다.
이 집에서 살면서 4번째 회사에 곧 입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 사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커리어 자체에 대한 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경제적 이슈 외에도,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라는 생각으로 면접을 본 것이다.
그렇게 합격을 했는데 그냥 나는 이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
인생은 원래 문제해결의 연속이라고 칼 포퍼가 이야기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됐고, 나머지 하나를 해결해야하지만 나는 중간의 3일간은 정말 날 위해 쉬고싶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나혼자 호캉스에 가고싶지도 않다.
그저 전전긍긍하면서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똑같은 내용으로 지원서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엔 전적으로 내가 하고싶은대로 살고 싶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