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 일주일을 마감하는 중이다.
3개월 간의 동굴 침잠 시기를 거쳐 갑자기 여의도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과 말을 한다.
본래 25년도에는 계속 어느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도 사람이랑 말을 할 일이 하루종일 손에 꼽았다.
여기는 그렇지가 않다. 토요일은 항상 그렇듯 학교에 갔고 1달 만에 교수님도 뵙고 왔다.
강아지는 어쩐지 그새 나랑 소원해진 것인지 막상 나랑 둘이 있으니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다가 지금은 등을 돌려 누워있다. 늘어지는 날인가보다. 잠을 더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어려울 것 같아 커피를 내렸고 남편이 내일 마실 커피도 내려뒀다. 안입는 옷도 조금 치워두고 내일 가져갈 도시락을 챙겼다.
144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내 유튜브 비밀 채널을 4.1.부터 운영 중단하겠다고 미리 공지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또 다시 캡컷 유료를 써야 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은 보류다.
차라리 글로 써서 기록하는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다.
이번 주는 안 풀리고 나를 힘들게 하던 모든 게 어찌보면 정리된 한 주다.
다시 회사에 들어갔고 우려하던 것과 달리 직급도 높였고, 집에서 회사까진 지하철로 35-40분만에 도착한다.
집 주인도 안 주겠다던 돈을 돌려주기로 하였고 이미 담당 부동산에도 이야길 해두었다고 한다.
모든게 정리되었고 16-17일에 예정대로 도배를 하면 된다.
나는 이제 입사해서 휴가 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사당일에만 반차를 내보려고 한다.
이번 집은 공동 소유라서 등기를 당일에 나와 남편이 같이 가서 쳐야 한다고 한다.
나이를 이렇게나 많이 먹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이제 알게 됐다.
할 이야기, 그러니까 쓸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소강 상태다.
막상 쓰려니까 별로 남길 말이 없는게 살짝 우습기도 하다.
나는 사실 이번에 입사를 하게 되면 직급도 연봉도 모두 포기하고 들어가야할 것이라 예상했다.
일단 내 또래 퇴사 후 이직하려고 하는 수많은 유튜버들은 기본 공백 기간이 6개월~1년 이상이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오래 쉴 자신 자체가 없었다. 1월 한달간 쉰 것으로 이미 충분히 쉬었는데 계속 쉬어야만 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고통이었다. 2월에는 책으로 도피했었고 그마저도 월말부턴 흐지부지되었다. 3월에는 개강을 해서 어찌저찌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은 했으나 공식적 소속은 사라진 애매한 상태였다. 그 모든게 3월 30일을 기준으로 정리가 되었고 지금은 벌써 4월 5일인 것이다.
2026년도 snl이 쿠플에 올라온 것을 보고 아 봄이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항상 4~5월쯤 snl을 봤던 기억이다.
나는 방향을 누가 정해주기만 바란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까.
지도교수님께 문화연구를 하고싶다고 했고 나는 뭘 어떻게 읽고 시작할지를 여쭤봤다.
하지만 교수님은 그런 것은 내가 정해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셨다.
일요일에 누군가는 박효신 콘서트를 간다고 한다.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는게 좋을까. 회사에 가서 주어진 일을 하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학위논문 방향은 알아서 정해야할텐데 쉽사리 정해지진 않고.
남편이 보기에 나란 사람은 대학이란 조직에 영구적으로 소속되어 일할 것 같진 않단다.
어제 문득 그런 말을 들었는데 정말 솔직히 말한다면, 내가 나 자신을 봐도 강의 정돈 하겠으나 교수로 완전히 전직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되고 안 되고의 문제를 말하는게 아니다.)
이미 걸어온 길이 이렇게나 긴데, 갑자기 학자의 길을 걷게 될까.
나란 사람의 성격상 중도포기는 하지 않고 끝까지 졸업은 하겠지만.
어제 넷플릭스 중심 강의하시는 교수님의 말씀을 주의깊게 들었는데 그 분의 말씀이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업계 주가는 최소 3~4조이고 영상 업계 주가는 1조 웃돈다. 그런데 영화 업계 주가는 100억대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지도교수님이 입학해서 지금까지 나에게 하신 말씀이 '영화는 안돼'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콘텐츠가 영화이긴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산업 동향에 따라 다시 생각했을때 영화는 사양사업인데 그걸 택하면 학위논문이 휴짓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또한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시즌 1, 2....이렇게 이어져야 그나마 주목할만한데 그 마저도 theme park까지 도달하지 않는 이상 IP가치가 높지 않단 것이다. 이제서야, 지도교수님이 왜 영화는 하지말라 하신건지 이해가 되고 드라마도 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논문은 그냥 그 논문으로 끝나고말 것 같다.
그리고 매스 미디어에 해당하는 영화, 주류 영화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더더욱 영화를 할 수가 없단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잘 안보는 비주류 영화를 좋아하고 교수님이 표현하신 '아트' 계열로 구분되는 프랑스 영화, 선댄스 채널에서 볼 법한 영화만을 골라서 보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영화와 나를 제외한 99프로가 생각하는 영화가 전혀 다른 것이란 의미다.
어제 9시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을 고쳐먹고 있다.
1년 동안 내 취향을 고집했으나 그것대로 되지 않았으니 내가 나를 고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를 고쳐나가야할지는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