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이 역사적인 순간이란다."
문장 자체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알려주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역사적이긴 무슨 이라는 비아냥대는 어조로도 느껴진다.
나에겐 후자에 가깝다.
어제는 팀 회의를 오전에 하고 점심도 팀과 같이 먹고 오후에도 팀 회의를 했다.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팀장님은 남북정상회담이란 사실을 알리며 오늘 같이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 팀이 팀 워크숍을 한단 것은 그만큼 우리 팀에게도 이 날이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다소 웅장한 시작 멘트를 날리셨다.
난 사실 오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단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고 처리해야 할 업무를 머리로 생각하면서 오전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회의가 끝나고 바로 업무에 돌입했고 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그 와중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뉴스로 지켜보는 팀원들을 보면서 억지로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통일이 된다고 당장에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생각할 시간도 없다.
나는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휴일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마피아 영화를 보면서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요리(?)인 스크램블드 에그를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레몬물을 마시는게 중요하다.
밖에서 사먹는 업무를 하기 위해 연료처럼 부어넣는 커피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인게 중요하고
나름 디톡스 하겠단 의미로 레몬 슬라이스를 넣은 물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통일이니 뭐니 대체 나한테 무슨 소용일까 싶다.
솔직히 충분히 소란스러운 일상에 소란스러움을 가미할 뿐인 통일이란 이슈에
내가 왜 환호해야 할지 의문이다.
지금 충분히 나는 하루하루 생각할거리로 가득찬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그렇게 금요일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처리하며 어마어마하게 많은 생각을 했고
6시 1분에 퇴근 도장을 찍었다.
나가면서 팀장님의 마지막 멘트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럼 수요일에 보겠네?"
"네? 왜 수요일이죠?"
"난 월요일에 교육가고 화요일 쉬잖아."
"....?"
그제서야 나는 화요일 근로자의 날에 쉬는 걸 깨달았다.
통일같은 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음을, 잘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나에게 쉴 수 있는 날이 하루 더 주어졌음을 금요일이 되서야 알게 된 나란 사람이
한편으론 안쓰럽고 한편으론 그만큼 매일 매일에 열중하고 있단 걸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