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국

by Minnesota

한국에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어제 오후 6시쯤.


데리러온다던 남자친구는 착륙하자마자 전화해보니 아직 출발조차 안 한 상태였다.


차라리 비행기가 추락해서 한국에 영영 돌아갈 일이 없이 죽었으면, 하고 바랐을 정도로 한국에 돌아가기 싫었다.


착륙하자마자 빡치게 하는 일들이 많은 한국이다.


돌아오자마자 보지 않고 있던 유튜브 피드를 보니, 왠 멀쩡하게 생긴 남자 유튜버가 정말 입에 담기 힘든 저질스러운 단어를 쓰면서 본인과 연애하던 여자에게 보냈던 메세지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데 모두 공개해놓고 말로는 '미안하다'하고 있었다.


연예인 커플 중 하나인 안재현과 구혜선은 이혼 공방 중이었고 이 내용에도 저질스러운 부분이 담겨 있었다.


한국이란 곳에 도착하자마자 나와는 관련은 없으나 원하든 원치않든 들려오는 더러운 이야기에 더더욱 시무룩해진다.


그럼에도 남자친구는 나를 만났더니 '심장이 돌아왔다'며 좋아하더라.


실제로 오늘 그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도 힘차게 들렸다.


반면 나는? 나는 기운이 없다. 다낭 커피보다 한국 커피가 맛있는데도 왜이렇게 쓰기만 할까.


본래는 오늘도 짧은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남자친구의 상사?라고 해야하는 사람이 마음대로 근무 시간을 변경해버려서 그는 오늘도 11시까지 일해야한다.


나 혼자 먼저 3시에 호텔에 체크인하고 들어와서 이 글을 쓴다.


다낭에서 묵었던 호텔보다 더 낯선 내 방을 뒤로하고 다시 또 서울의 도심 속 호텔에 와 있다.


다낭에서 부러뜨린 안경테는 소생불가능했다. 5천원짜리 안경테로 바꿨는데 오히려 이 테가 더 마음에 든다.


다시 이렇게 현실에 돌아와 있다.


남자친구는 사실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건만, 내가 여행을 갔더니 장기 하나가 없어진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나는 그 장기가 맹장 정도일 줄 알았건만 '심장'이라고 지칭한다.


돌아와서 마주하고 초밥을 먹는데 내 제스쳐, 말 한마디 모든 사소한 움직임을 예민하게 주시한다.


필경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리라.


자신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갖다 대고 붙여놓고 싶다더라. 본인의 가슴이나.


그렇게 하고 응가할 때도 같이 가도 괜찮냐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계속 아무것도 안하고 무위도식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는 상관없단다.


이 또한 그냥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기에 하는 말일까?


그러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생각을 하며 호텔에 왔다.


앞으로 장장 11시까지 나는 여기 혼자 있을 것이다.


집에서 스무디를 만들어서 왔고 나름대로 방을 깨끗이 치우고는 나왔다.


자, 이제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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