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의 일요일

by Minnesota

집에 온지 이틀째가 되었다.


어제 하루는 말글대로 '삭제'되었다.


자고 먹고 다시 잤다.


오늘은 8시경에 눈이 떠졌다. 조금 개운함이 느껴졌다.


일어나자마자 넷플릭스를 켰다. 조금 고민하다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퍼스널 쇼퍼'를 골랐다.


영화는 잘 골랐다. 재밌었다. 그리고 이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연기를 매우 잘한다.


독특한 영화였고 괜찮은 영화였다.


다 보고 나니 10시반경이 되었고 나는 지인에게 무턱대고 소개팅이야길 꺼냈다.


관계를 정리하였고 혼자 부산에 다녀왔으며 지금 나는 준비가 되었으니 혹시 소개해줄 사람이 있으면 부탁한다는 내용에 담백하지만 의미는 무거운 연락을 남겼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본래 소개한다는게 사실 쉬운 일도 아니고 내가 이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하다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고 내 마음이 괜찮은지를 먼저 물어보길래 괜찮다라고 했다.


그래서 소개를 받게 됐다. 내가 원하던대로 3~4살 차이 나는 간격에 속하는 87년생이다.


대화는 스무드한 편이었다. 특별한 내용 없는, 평범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1시간 가량 주고 받았다.


상대는 곧 등산하러 간다길래 그러면 만날 약속만 잡자고 말했다.


언제가 좋으냐길래 미룰 것 없이 오늘 산 타고 와서 보자고 했다.


그 길로 나도 걸으러 나갔다. 어제랑 달리 다시 여름같은 쨍쨍한 날씨였다.


15000보 가량 걸은 것 같다. 중간에 절에 들러 처음으로 부처님께 무릎 꿇고 기도하고 절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집에 돌아오니 4시반 경이었고 샤워를 하고 코로나에 어제 남은 피자 한 쪽을 먹었다.


노곤 노곤 하다.


상대는 우리 동네로 픽업을 하러 오기로했다. 스시집에 가고 싶단 생각을 한다.


나는 부산에서 돌아와서 울지 않는다.


오늘 걷는 중에 부처님께 기도드릴때 잠깐 눈물 흘렸으나, 그건 이별의 눈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눈물이었다.


나는 부산에서 돌아와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집에 돌아온 어느 방랑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