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뽈뽈거리고 돌아다녔다.
왠지 모르게 어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일부러 일정을 꽉 채워두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결과가 예상대로 나왔고 좋지 않은 결과여서 오후 6시 이후에 급 허망해졌다.
머리 펌 애프터서비스도 잘 받고 눈썹 왁싱도 받고 수리 맡겨뒀던 노트북도 다 찾아서 할 일은 다 했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헛헛한 상태로 쌀쌀한 저녁 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에 띄이는 타로, 사주 가게를 들어갔다.
직업운과 애정운을 봤다. 보는 중에 남자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퇴근 길에 전화한 남자친구에게 오늘 만났으면 하는 내색을 했고 오빠는 우리 동네로 왔다.
그리고선 또 많이 마셨다. 일부러 많이 마셨다.
세상 일이 정말 내 맘 같지 않단 생각이었고 다음날 시험이 있음에도 그냥 오늘은 이대로 블랙아웃이 되고 싶었다.
원하는대로 되었다. 원하는대로 소맥 몇잔이 휘리릭 사라지면서 나는 블랙아웃이었고 집에는 11시 조금 넘어서 들어왔다.
술을 마셔서 그런가 한숨도 못 잤다. 한숨도 못잔채 시험 장소로 가는데 하필이면 오늘 철도 노조 파업이란다.
지하철엔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꽉꽉 차들었고 1호선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느리게 움직였다.
결국 영등포에서 내려 택시를 탔고 가까스로 시험장에 도착했다.
시험은 어려웠고 시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처음에는 이렇게 컨디션이 계속 안 좋으면 집 갈때도 택시를 타고 가야하나 싶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끝날 때쯤에는 한결 기분이 나아졌고 지하철을 타고 꿋꿋이 집에 돌아갔다.
원래는 오늘 만나기로 했던 남자친구가 어제 술 때문에 영 컨디션이 별로여서 내일 만나기로 했다.
갑자기 시간이 비어버리니까 처음에는 짜증났지만 막상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깨끗해진 노트북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있으니 이 편이 훨씬 낫다 싶다.
나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타로는 어디서 보든 10월이 참 좋다고 하는데, 제발 그 좋은 운이 곧 나타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