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싸웠던 그 벤치에서 카스 라이트 큰 거 하나 비우고 집에 왔다.
오늘 비가 오더라. 갑자기. 걷는데. 그냥 걸었지. 나 알잖아. 비같은거 크게 신경 안 쓰는거.
너 진짜,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 하냐? 궁금은 하니.
그냥 니 카톡 친구 목록에 그대로 뜨도록 내버려둘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아?
그 정도로 너는 다 괜찮냐.
이미 나는 내 프로필 사진에 다른 사람한테 받은 꽃다발을 배경으로 해두었는데도, 그래도 넌 괜찮아?
욕할수도 있잖아. 너 그새 다른 사람만나냐? 이 꽃은 뭐냐. 할수도 있는거 아니야?
자존심이 그렇게 중요해? 진짜 그렇게 자존심이 먼저냐.
근데 왜 나는 안 지웠어. 너 전 사람은 차단하고 삭제하고 했다며.
나는 왜 차단하고 삭제 안 하니. 왜 항상 내가 너 차단 풀면, 그대로 내 친구목록에 나타나니. 새로운 친구로.
그냥 궁금은 한데 연락할 정도는 아니야?
너는 내가 그정도여서, 그 때 소원 쓰는데 영원히 사랑하자라고 썼어?
최소한 나는 솔직한 내 마음을 썼지만 너는 그거 거짓말이잖아.
거짓말 아니었으면 너 이렇게 못하잖아.
사진은 다 지웠냐? 나랑 그 때 영화관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인지 뭔지도 다 버렸겠지.
너 진짜 한번은 연락할 수도 있는거 아니야?
니가 나한테 그렇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줘놓고 그게 아쉬워서라도 한번은 물어볼 수 있잖아.
잘 지내냐고. 전화가 부담이 되면 카톡이라도 한 번 할 수도 있잖아.
그렇게 잘 지내고 있어?
나도 잘지내. 잘지낸다 이 개새끼야. 나쁜 새끼야.
니가 그렇게 나한테 잘해줘놓고 이렇게 모르는 척해도 되니.
너말고 다른 사람이랑 손 잡고 뽀뽀하고 그러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 잖아.
진짜 나쁜 새끼네. 그럴거면 이럴거면 왜 그랬어. 뭐할라고 나한테 그렇게 잘했냐.
온 몸이 부서지도록 그렇게 뭐하러 해. 대충하지.
너랑 만난게 12월이잖아. 이제 곧 12월이야.
난 너랑 1년은 채울줄 알았어. 내가 그렇게 많이 힘들게했어? 미안해 그렇다면.
내가 니 생일 챙겨주고 싶었는데. 너는 니 친구들이랑 지내겠다. 아니면 새로 만난 사람이랑 지내려나?
나는 니가 어떻게 사는지 알길이 없으니까.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지내냐면. 니가 안 물어봐줘서 서운해서 여기다 말할게. 넌 절대 볼 일이 없겠지만.
새로운 사람 만나서 잘 지낸다. 그 사람은 부모님도 뵙고 갔어.
너랑 못간 해외 여행도 100일 찍으면 갈거야. 삿포로.
그건 그렇고 너는 내가 하나도 안 보고 싶니.
그냥 생각도 안 나고 그래?
그래도 한번만 연락해라. 딱 한번만. 겨울이잖아. 너랑 만났던 겨울.
우리 그 때 엄청 추울때 무작정 춘천 갔었잖아. 기억나? 그 때 거기서 첫 키스했었잖아.
너 노스페이스 잠바 벗어서 나 주고. 맨날 꽁꽁싸매고 다녔었잖아.
니가 그렇게 싸매고 다녔던 나야. 너 아무렇지도 않아? 정말?
니가 그렇게 힘들고 피곤해도, 꼭 집앞까지 바래다주고 집가서 꼭 통화하던 사람이 나야.
니가 대문짝만하게 내 사진 프로필에 올려놓았던 그 사람이 바로 난데,
어떻게 한번을 연락이 없니.
목소리 한번만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