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by Minnesota

어째 이상하다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었다.


어제는 수업이 없었고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합정에서 만났고 신나서 술을 마셨다.


10시반까지 집에 가야한단 생각에 처음부터 달렸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남자친구가 나를 데리러 합정까지 왔고 집에 오는 길에 차에서 토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보니 코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119 구조대원이 왔고 나는 병원이 아니라 경찰서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고선 12시가 넘어서 응급실에 혼자 덩그라니 앉아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다 뭔가 싶었다.


얼굴은 퉁퉁 부어서 얼굴 곳곳에 피가 묻어 있었다.


CT 촬영 등등 해야하는 검사를 거쳤고 다행인지 뼈가 부러지거나 입원해야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잠은 안 왔다. 오늘 아침에 있던 수업은 모두 취소했다.


이 모든 불운이 갑자기 발생했다. 얼굴에 멍은 하루종일 냉찜질을 해도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 와중에 남자친구는 본인이 집앞까지 10시 전에 데려다줬는데 왜 집에 있어야 할 애가 응급실에 와 있는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깊이 되묻진 않았다. 병원에 오겠다고 했지만 그런 모습은 안 보이고 싶어서 집에서 자라고 했다.


새벽 3시에 다시 연락이 왔다. 고마웠다.


30분 정도 어떻게 검사를 했고 어떤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남자친구는 오늘도 일을 하는 중간중간 나에게 전화를 해서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이야기 했다.


이 모든 일이 왜 발생했을까 싶지만, 일어나야 할 일이었기에 일어난 것일까?


수업도 잠정적으로 모두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더라도 눈에 안대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써야 할것 같다.


남자친구는 이 와중에도 주말에 만나고 싶은 것 같다.


나도 주말에 보고싶었다. 엄청. 근데 이런 몰골로 나가서 무슨 데이트가 될까 싶다.


원래는 토, 일 둘다 보기로 했었지만 우선 내일까지는 집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일요일에 보자고 말을 해두었다.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랄뿐이다. 순식간에 모든게 날아간 기분이다.


핸드폰은 산지 육개월 남짓 됐는데 산산조각이 났다.


문자랑 통화는 잘 되지만 액정은 산산조각이 나서 안에 있는 부품이 보일 정도다.


하루라도 빨리 맡기는게 나을 것 같아서 엄마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이 상태로 밖에 나가는게 무리인 것 같아서다.


남자친구 말대로 이게 마지막 불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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